유럽서 핀란드 등 꾸준히 인하 추진
싱가포르, 세금 경쟁력으로 ‘금융허브’ 지위
신흥국들은 공격적 정책 추진

미국 대기업들이 속속 ‘탈(脫)캘리포니아’를 선언하는 배경엔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세금에서 도망치는 글로벌 기업의 현실이 자리한다. 테슬라가 2021년 규제·세금을 피해 본사를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서 ‘절세의 천국’ 텍사스로 옮긴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더 낮은 세금을 찾아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를 깎고 규제를 풀며 기업 유치전에 뛰어드는 사이 한국만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각국 정부는 공격적인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자국을 기업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봉장에 선 것은 단연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춘 데 이어 2기 들어서는 이를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과감한 감세를 통해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끌어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유럽 대륙에서는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등 3개국이 지난해와 올해 사이 법인세율을 1%포인트(p) 낮췄다. 핀란드도 올해 법인세율을 20%에서 18%로 인하하는 재정·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핀란드 법인세율은 과거 26%에 달했지만,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자 꾸준히 이를 낮춰왔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낮고 단순한 단일세 구조로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낮은 데다가 신설 법인의 경우 일정 요건 충족 시 3년간 세금 면제·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싱가포르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16.1%로 한국(24.9%)보다 크게 낮다. 법인세 유효세율이란 명목 최고세율(지방세 포함)·각종 공제제도·물가·이자율 등 거시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기업이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법인세 부담 세율을 말한다.
신흥국들은 공격적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 소득세를 현행 22%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17%로 5%p 인하할 계획을 밝혔다. 필리핀 역시 지난해 말 국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25%에서 20%로 전격 인하했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은 약 28% 수준에서 2020년대 들어 21% 안팎까지 낮아지며 전반적인 인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에리카 요크 텍스파운데이션 산하 연방 세금정책센터 부사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입법자들은 법인세를 추가 세수 확보의 잠재적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낮은 세율은 생산성을 높일 신규 투자를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생산량과 고용 및 소득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