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법인세 인상안이 현실화되자 중소기업계에는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내수 부진, 비용 상승, 인력난 등 구조적 어려움이 누적된 상황에서 세 부담이 늘면 기초체력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p(포인트) 인상하면 5년간 18조 원 이상의 세수 증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서는 “세수 확보보다 기업 체력 강화가 더 급한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소상공인·중소기업은 100만 명을 넘었고, 2023년 기준 당기순손실 상태인 중소법인은 약 40만 곳에 달한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대에 불과해 세율 인상분을 감당할 여력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AX·DX)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지만 중소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AI 솔루션을 월 구독 방식으로 이용해야 해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 중소기업연구원(KOSI)은 중소기업의 디지털전환 비용 중 47%가 “지속적 구독비용”이라고 분석하며 AI 전환이 오히려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탄소중립 대응도 큰 장애물이다. 산업통상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저감 설비 평균 교체 비용은 6억~15억 원 수준으로 기업당 연간 영업이익을 상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인력·시스템 구축 비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 비용 역시 빠르게 증가하며 중소기업을 옥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최근 2년간 약 1.7%p 상승하며 자금조달 여력을 약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오르면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은 설비투자와 고용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AI 전환 비용, 온실가스 감축 설비 투자, 직원 유지 비용 등 고정비가 이미 적정선을 넘었다”며 “1% 인상이라고 해도 누적 부담이 너무 커 생존을 걱정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1% 인상으로 우는소리를 한다는 비판도 있겠지만 AX 부담에 온실가스 감축 규제, 중대재해 처벌 강화에도 대응해야 한다”라며 “업황이 어려워지고 악재가 늘면 중소기업은 금융 리스크가 커지는데 세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과 동시에 중소기업 세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자세액공제 확대 △AI·DX 전환 지원금 △탄소감축 설비 금융지원 △안전관리제도 단계적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중기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생태계 유지가 국가 경쟁력의 기초”라며 “세율 조정은 기업 체력과 규제 부담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