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 현장의 요구를 직접 듣고 규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계의 의견을 의약품 정책에 반영하겠단 취지다.
식약처는 5일 경기도 과천 경인식약청에서 ‘식의약 정책이음 지역현장 열린마당’ 의약품 편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의료기기·화장품 등 타 분야에 이어 여섯 번째로 열린 자리로, 완제의약품 제조업체의 약 40%가 밀집한 경기·인천 지역 제약인협의회가 참석해 다양한 현장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업계에선 과도한 검증 절차를 줄이고, 규정 해석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건희 삼일제약 상무는 기존 장비 변경·폐기 시 요구되는 검증 절차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마지막으로 사용한 제품 또는 시험결과에 대해 동등성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었는데, 너무 난감했다. 이후 폐기 검증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데, 업무 공수가 과도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폐기 장비에 대해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는 규정은 없다”며 “현장의 과잉 대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 해석을 명확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도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사안까지 업계가 스스로 확대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규정의 ‘명문화된 한계’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자의약품 정보 제공(e-라벨)의 확대도 핵심 논의 중 하나였다. 이선민 JW중외제약 QA 팀장은 “소비자 사용 편의성과 제약사 생산성 측면에서 e-라벨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지영 한국파마 QA 차장은 “화성시 소재 제약사인데 2026년 행정구역 변경으로 인해 표시자재가 다 개정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e-라벨 도입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환자가 설명서를 읽을 일이 많지 않다. e-라벨이 빠르게 도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e-라벨을 주사제형뿐만 아니라 내용고형제에도 확대해 달라는 제약업계의 니즈는 알고 있다”라면서도 “현재 e-라벨에 대한 포맷 통일도 돼 있지 않다. PDF, JPG, PNG 등 다양한 형태의 파일로 진행되며 어떤 경우에는 해상도가 낮아 정보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기도 한다. 의약품 소비가 많은 고연령층이 e-라벨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수용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디지털 정보에 대한 수용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원료의약품 국산화 전략에 대한 정책 지원 요청도 나왔다. 유준식 삼오제약 상무는 “중국·인도산 저가 원료 경쟁으로 국산 제조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며 “국산 원료 사용 업체에 약가 인센티브나 우선심사 제도 적용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처장은 “원료 국산화 필요성이 크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약가 결정 권한은 복지부와 심평원에 있어 식약처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기획연구를 진행 중이며 범부처 협업모델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처장은 “현장의 의견을 더 수용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속도감 있게 앞으로 나가겠다”며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의약품 안전관리 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