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의·단체교섭 12월에 몰리는 구조적 문제, 올해도 반복
필수유지업무 있어도 체감 불편 커…“연중 분산·시스템 개편 필요”

매년 찬 바람이 불 때면 반복되던 공공서비스의 ‘멈춤’이 올해는 한층 숨 가쁘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각 현장의 요구와 갈등요소는 서로 다르지만, 파업 시기만큼은 약속이나 한 듯 12월에 집중됩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우리 공공부문 운영방식의 ‘예산확정주기’와 ‘협상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멈추는 곳은 학교입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4일(경기·충남 등)과 5일(경남·부산·대구 등) 권역별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연대회의는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 완화 ▲방학 중 무임금 문제 해결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예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수년째 제자리인 임금 체계와 열악한 급식실 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3개 노조는 12일 공동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인력 감축안과 정부 가이드라인(3%) 대비 낮은 임금 인상률(사측 1.8%)이 핵심 쟁점입니다. 이미 준법 운행(태업)에 돌입해 시민 불편이 시작됐습니다. 9호선 2·3구간 노동자들도 1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인력 충원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어 수도권 대중교통 전반에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교육청 예산은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라 11월에 의회에 제출되고, 12월 말까지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됩니다. 인력 충원, 임금 인상, 근로환경 개선 등 재정이 수반되는 핵심 사안은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도 반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노조 입장에서는 12월이 행정부와 의회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골든타임)가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이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도, 철도·지하철 노조가 예산 심의 일정에 맞춰 파업을 예고한 것도 결국 이 구조 때문입니다.
또한 연말은 이동 수요·학사 일정·각종 행사가 몰리는 시기입니다. 같은 파업이라도 이때 발생하면 시민 불편이 극대화되고, 이는 곧 정부·지자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노조의 협상력이 가장 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 인력 투입 한계, 배차 간격 증가, 혼잡 심화 등은 고스란히 시민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연말처럼 이동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운행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체감 불편은 대폭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교섭시기 분산을 통한 연말 집중 완화 ▲안전·인력 예산의 중장기 독립성 확보 ▲보다 현실적인 비상·대체인력 운영체계 마련 등의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연말 파업은 노조의 강경함 때문만이 아니라, “12월에 싸우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예산·교섭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겨울에도 우리는 비슷한 뉴스를 다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