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소득 9.8% 폭증이 불평등 심화 주도…실물자산 비중 75.8% 확대

국내 가구의 자산 불평등도 확대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꼽힌다. 실물자산 중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부채 중 임대보증금 증가율이 역대 최고를 새로 썼다. 부채가 많은 40대와 50대는 자산규모도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순자산 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하위 20%보다 약 4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 5억6678만원 중 실물자산이 4억2988만원으로 5.8%, 금융자산이 1억3690만원으로 2.3% 각각 증가했다. 특히 실물자산 중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이 7.5%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자산 중에서는 실물자산이 75.8%, 금융자산이 24.2%를 각각 차지했다. 실물자산 비중이 1년 전보다 0.6%포인트(p) 높아졌다. 연령대별 평균 자산은 50대가 6억620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6억2714만원), 60세 이상(6억95만원), 39세 이하(3억1498만원) 등의 순이었다.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 비율도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 가구 자산이 7억195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용근로자(6억1918만원), 무직 등 기타(4억7958만원), 임시·일용근로자(2억7184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소득 5분위 가구(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13억3651만원으로, 1분위 가구(하위 20%·1억5913만원)의 8.4배 수준이었다. 지난해(7.3배)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순자산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4590만원으로, 1분위 가구(3890만원)의 44.9배에 달했다. 역시 지난해(42.1배)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가구당 평균 부채 9534만원 중 금융부채는 6795만원으로 2.4%, 임대보증금은 2739만원으로 10.0% 각각 증가했다. 임대보증금 증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금융부채 중에서는 담보대출이 5565만원으로 5.5% 늘어났지만, 신용대출은 833만원으로 11.9% 줄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은 58.9%로, 지난해보다 1.8%p 감소했다. 소득 분위별로는 소득 1분위의 평균 부채가 1669만원으로 15.5%, 2분위의 평균 부채가 4388만원으로 5.1% 각각 감소했다. 반면, 3분위(859만원)는 9.9%, 4분위(1억1256만원)는 0.7%, 5분위(2억2286만원)는 8.6% 각각 증가했다.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432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억1044만원), 39세 이하(9548만원), 60세 이상(6504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가구주가 고령일수록 임대보증금 비중이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 가구 부채가 1억2479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용근로자(1억2004만원), 무직 등 기타(4593만원), 임시·일용근로자(3063만원) 등의 순이었다. 입주 형태별로는 전세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3108만원으로, 자가 가구(1억1147만원)보다 많았다.
지역별 가구당 자산 규모를 보면, 서울이 8억3649만원으로 월등히 많았다. 이어 세종(7억5211만원), 경기(6억8716만원) 등이 평균을 웃돌았다. 전남은 3억6754만원으로 전국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작았다. 가구주는 여유자금 운용 방법으로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56.3%)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구입'은 20.4%, '부채 상환'은 19.6% 등이었다. 금융자산 투자 시 가장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예금이 87.3%로 가장 많았고, 주식(9.6%), 개인연금(1.7%) 등의 순이었다. 1년 후 거주지역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선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주가 전체의 46.7%였다. '상승할 것'은 17.5%, '하락할 것'은 14.6%였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1년 전보다 3.4%p 감소한 46.1%로 조사됐다. 가상 선호하는 투자처는 아파트(66.8%)였다.
전문가들은 통화 정책이 부의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지점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화되고 있다"며, "M2 통화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그 돈이 서민에게 가지 못하고 신용등급이 좋은 자산가에게 더 몰리면서 양극화가 더 극단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지점장은 부동산 시장과 소비 분야에서도 양극화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을 보면 수도권 아파트는 급등하지만 지방은 여전히 침체"라며 "자산을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도 양극화되어 저가 식당은 장사가 되는데 중간 가격대는 어렵고, 오히려 비싼 식당은 예약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득이 낮은 계층은 소득 그 자체로만 돈을 벌지만, 자산 있는 사람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재산소득을 늘리고 있다. 그래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주가는 올라가는데 환율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고, 환율이 올라가면 물가가 올라가고 서민 경제는 더 힘들어진다"고 언급했다.
박 지점장은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타깃 재정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거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그 돈들이 더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일단 물가를 먼저 낮추고, 정부가 돈을 풀더라도 타깃을 정해서 취약계층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고령층의 빈곤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사회적 안전망 강화의 필요성도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