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의료취약지 지켜온 최명석 원장 “제가 떠나면, 병원도 멈춥니다”[인터뷰]

입력 2025-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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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대우병원에서 환자 지켜…의료취약지병원 지속 가능성 위해 노력

(사진제공=대우재단)
(사진제공=대우재단)

전남 신안군 비금도. 육지에서 차로 두 시간, 다시 배로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닿는 섬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기상이 나쁘면 이동이 불가능하고, 야간에는 배가 뜨지 않는다. 이런 의료 취약지역에서 18년째 단 한 명의 상근 전문의로 진료를 이어온 사람이 있다. 이달 9일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할 최명석<사진> 신안대우병원 원장(65)이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0년간 추진했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21년 제정된 상이다. 대우재단은 의료 취약지에서 장기간 인술(仁術)을 실천한 의료인을 선발해 의료인상·의료봉사상·공로상을 시상한다.

최근 본지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 원장은 “저 혼자 받은 상이 아니다. 병원을 지킨 직원들, 그리고 이 병원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주민들과 함께 받은 상”이라며 “특별한 철학 때문에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먹고 살려고 왔다. 하지만 내가 떠나면 이 병원도 없어지고 이곳 주민들의 건강권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대체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 원장은 “노동강도·환경·보상 구조 면에서 도시 병원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요즘 젊은 의사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구조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야간 호출 없는 조건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현실에서 취약지 병원은 선택지에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최 원장이 부임했던 2008년 당시에는 닥터헬기 체계도, 야간 운항 의료선도 없었다. 그는 응급환자를 옮기기 위해 낚싯배·해경선을 차례로 호출해야 했다. 응급의약품을 들고 환자를 케어하고자 했지만, 기상 악화로 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3~4시간을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냈고, 결국 환자는 이송 중 사망하게 됐다.

환자 사망 이후 최 원장은 지역·중앙 관계자를 만나 수시로 구조 개선을 제안했고, 2010년 신안대우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 이후 닥터헬기 체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50분 이내에 목포의 큰 병원으로 이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병원에 최신 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는 건 아니다. 신안대우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장비는 10년 넘은 2채널 장비다. 그는 “18년 동안 주민들의 병력이 제 차트에 쌓여 있다. 그 기록이 어떤 최신 장비보다 진단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행히 2026년에는 지역 병원 장비 개선 사업이 추진돼 상대적으로 나은 CT 도입이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한 건강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충족시키려면 CT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의료장비가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광주에 집이 있지만 한 달에 이틀 정도 머무는 데 그친다. 2008년 병원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변함없다.

그는 “가끔 병원 마당에서 직접 만든 화덕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 날이 있다. 그게 제일 좋은 시간이다”라며 “지금까지는 공중보건의 선생님이 한 분 배치돼 진료를 같이했는데, 이제는 여러 이유로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취약지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최 원장은 전국 의료취약지 병원장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의료 인프라 모델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떠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최 원장은 “제가 떠나는 순간, 이 병원도 멈춘다. 그래서 지금은 떠날 수 없다”라며 “대한민국 주민은 지역, 신분, 경제적 사정에 관계없이 건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의료취약지 병원이 지속할 수 있게 진료할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 놓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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