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운'을 드셨나요?⋯달걀 신성시하는 나라들 [에그리씽]

입력 2025-1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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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선 탄생 축하하는 '빨간 달걀'⋯서구권선 쌍란 나오면 "로또 사야 해"

▲예쁜 그림 담긴 부활절 달걀. (뉴시스)
▲예쁜 그림 담긴 부활절 달걀. (뉴시스)

우리가 매일 아침 무심코 프라이팬에 깨트리는 달걀. 한국인에게는 '국민 반찬’'이자 물가 지표를 가늠하는 장바구니 필수템이지만,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강력한 '행운의 부적'으로 통한다.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복(福)'을 부르는 영물로 대접받아온 달걀의 이색적인 세계를 들여다봤다.

달걀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운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 문화에서 달걀은 생명의 탄생과 부활, 그리고 원만한 삶(둥근 모양)을 의미한다. 여기에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색이자 액운을 쫓고 행운을 부른다는 '붉은색'을 입히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길조(吉兆)가 된다.

중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면 '만월' 잔치를 여는데, 이때 부모는 친지들에게 빨갛게 염색한 삶은 달걀, 즉 ‘홍지단’을 선물한다.

아이가 둥글둥글하게 모난 곳 없이 자라고, 붉은 기운을 받아 평생의 행운을 누리라는 주술적 축복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반드시 ‘짝수’로 선물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好事成双)"는 중국인들의 믿음 때문이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 민속 신앙에서는 달걀을 깼을 때 노른자가 두 개 나오는 '쌍란'을 극도로 귀하게 여긴다. 확률적으로 1000분의 1 수준인 쌍란은 과거에는 기형으로 여겨져 불길하다는 시선도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뜻밖의 횡재'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영국 민간 전승에 따르면 쌍란은 "결혼 운이 트이거나 쌍둥이를 낳을 징조"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금전적 행운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국의 한 로또 당첨자가 "복권을 사기 전날 아침 식사 준비 중 쌍란을 봤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쌍란은 식탁 위의 '먹는 네잎클로버'로 등극했다.

중동의 이란에서도 달걀은 신성한 존재다. 이란의 새해 명절인 '노루즈' 때 차리는 전통 상차림 '하프신'에는 색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달걀이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시기에 맞춰 차려지는 이 상차림에서 달걀은 '다산'과 '창조'를 상징한다. 한 해 농사의 풍요와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가장 중요한 오브제로서, 가족 구성원들이 달걀을 꾸미며 한 해의 소망을 비는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걀이 행운의 상징이 된 이유를 그 형태와 생물학적 특성에서 찾는다. 시작과 끝이 없는 둥근 모양은 '영원'과 '순환'을,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생명력은 '부활'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인간의 원초적인 기복 신앙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 무심코 깬 달걀에서 쌍란이 나오거나 유독 껍질이 예쁘게 까진 삶은 달걀을 마주한다면 잠시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중국인들의 믿음처럼, 그 둥근 껍질 속에 당신을 위한 작지만 확실한 행운이 숨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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