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신 차주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대리운전 기사를 차량에 매단 채 약 1.5km 질주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리기사들의 폭언·폭행·사고 위험은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대리운전노조는 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과 노동자 안전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대리기사는 매일 밤 고객의 폭언과 폭행, 심하면 살해 위험 속에 일해 왔다"며 "2010년 별내IC 대리기사 살해사건 등 많은 전조가 있었으나 정부도, 경찰도, 플랫폼 기업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며 방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노동자 보호도, 작업중지권도 작동되지 않는 고객 차 안에서 대리기사는 늘 혼자 위험을 감당해야 했다"며 "작업중지권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으나 플랫폼 기업은 어뷰징 우려 등으로 거부하고 고객의 폭언으로 운행을 중지한 대리기사를 보호하기는커녕 배차 제한의 불이익을 주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사법당국은 고객이 운전대를 잡게 하면 음주운전 방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고 (대리기사에게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법을 차별 없이 적용하고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년 전 정부 조사에서도 대리기사들의 폭언·폭행·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발간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기사 700명 중 171명(24.4%)이 1년 내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 '차량 파손·부상 사고'가 20.5%, 일부는 중상·사망에 해당하는 사고도 존재했다.
'대리운전 중 피해 경험 유무' 조사에서는 700명 중 479명이 피해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욕설 등 위협과 괴롭힘이 97.1%로 가장 높았고, 신체적 폭행 및 구타가 20.9%, 성희롱 5.4%, 성추행 3.8%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500명 중 31명(6.2%)은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중상사고 이상(사망 포함) 비율은 3.2%로 나타났다.
근로환경 역시 불안정하다. 조사에 따르면 대리기사 대부분은 안전·서비스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고, 복수 업체 소속 시 단체보험을 중복 가입해야 하는 구조여서 보험료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사고나 범칙금 발생 시 비용 부담이 기사 개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많았다.
이같은 조사가 나온 당시에도 대리운전업 법제화, 안전교육 의무화, 단일 보험체계 구축, 요금·수수료 표준화 등 개선책이 제시됐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