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해외투자 판매관행 점검 강화
MBK·NH투자 ‘원칙 처리’…특사경 권한 보완 의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펀드 제조사와 판매사의 책임을 전면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근 주가연계증권(ELS)사태, 일부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MBK파트너스 관련 제재심 등 자본시장 현안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감독 기조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꾼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1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족에게 권유하기 어려운 상품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장에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펀드 구조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용사가 상품을 만들 때 판매사와 동시에 구조를 짜는 관행이 일반적”이라며 “설계 단계에서 위험 구조, 설명 의무, 내부통제를 먼저 점검하는 표준 절차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사(자산운용사)와 판매사(은행·증권)의 책임이 분리돼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두 단계가 함께 작동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는 공동 책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족에게 권유하기 어려운 상품이라면 애초에 일반 투자자에게도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은행 창구 직원과 오랜 거래 관계에 있는 고객에게 높은 위험의 상품이 판매되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권유 방식의 신뢰 구조’를 악용한 판매 관행을 끊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고위험 구조 상품을 일반 개인에게 판매하기 어렵도록 위험 기준과 내부통제 요건을 세분화하고 판매 실적 중심의 KPI·성과보상 체계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논란이 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관련 제재에 대해선 “12월 중 제재심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실무 보고안 기준으로 과도한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운영 과정에서의 지배구조·내부통제 문제를 두고 금감원이 중징계 사전통보를 실시한 만큼 시장의 관심이 컸다. 금감원 제재심은 독립적 판단 구조이며 최종 수위는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NH투자증권의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도 질의가 이어졌다. 최근 합동대응단이 압수수색을 시행하며 조사 범위가 확대된 사안이다. 이 원장은 “아직 조사 단계이며 금감원 제재 절차로 올라온 상태는 아니다”며 “결과가 정리되는 대로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 ‘회사 차원의 추가 제재는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그는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본시장 감독 체계 전반을 둘러싼 이슈도 언급됐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와 관련해 금감원과 금융위 간 이견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제재와 인허가는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는 규정대로 인허가는 정책적·공익적 판단에 따라 별도로 본다”고 말했다. 인가 심사 중 제재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에 대해 한때 ‘심사 중단 요청’이 거론됐던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강제 조사권이 없어 증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형사적 인지 권한이 제도적으로 비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미공개정보 이용·시세조종 적발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해외투자 열풍과 관련해선 증권사 판매 관행 점검을 예고했다. 그는 “해외주식 투자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며, 환리스크 설명·헤지 구조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라며 “일부 금융사가 수수료 중심 영업을 하면서 위험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실무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끝으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기능이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정 사건별 제재와 자본시장 정책 판단은 분리하되 감독의 기본 원칙은 흔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