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순재가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 눈이 보이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8일 방송된 MBC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배우 이순재 신세 많이 졌습니다’에서는 최근 영면에 든 고 이순재의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이날 소속사 이승희 대표는 “이건 아는 분이 얼마 없을 거다. 선생님의 왼쪽 눈이 안 보이셨다. 오른쪽 눈도 100% 보이는 게 아니셨다”라며 “그런데도 그 전이랑 똑같이 연기 훈련하시고 한 보이니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KBS2 드라마 ‘개소리’ 촬영 중이었던 이순재는 눈이 보이지 않자 매니저와 소속사 대표에게 대본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소속사 대표는 “읽어주는 걸 외우겠다고 하시더라. 그때 참 가슴 아팠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개소리’에 함께 출연했던 송옥숙은 “선생님은 눈은 안 보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웠다”라며 “예전부터 노력과 도전이 없는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고 하셨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해내지 않으셨냐”라고 떠올렸다.
이순재는 지난가을부터 급격히 건강이 나빠졌다. 이와 함께 공개된 생전 입원 영상에서 이순재는 “10월에 촬영하고 나니 눈이 안 보여. 병원에 갔더니 왼쪽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라고 덤덤히 말했다.
이승희 대표는 “마지막에 연기 대상을 주셔서. 선생님 소원을 풀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며 “그때 상태가 선생님이 이제 막 안 좋아지실 때다. 그 상을 받고 오셔서 자랑하시던 게 생각난다. ‘무겁다’라던 그 말에 선생님의 70년의 연기 세월이 담긴 거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순재는 병상에서도 연기 생각만 떠올렸다. 건강이 나아지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이승희 대표의 질문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