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그룹이 핵심 사업 부문인 유통과 식품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교체, 대대적 조직 쇄신에 들어갔다. 핵심 수뇌부인 부회장단 4명이 모두 용퇴하는 동시에 롯데쇼핑 백화점·마트·슈퍼사업부를 비롯해 롯데웰푸드 등 주요 계열사 CEO를 대폭 물갈이한 초강수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경영 대수술’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장남 신유열 회장에게 4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바이오부문 대표이사직을 맡기며 ‘오너 책임경영’에도 방점을 찍었다. 또한 40대 젊은 임원을 전면 배치, 그룹에 활기를 북돋우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롯데그룹은 26일 정기임원인사에서 전체 계열사 CEO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20명을 교체했다. 지난해 전체 CEO의 36%인 21명을 교체하며 역대 최대 폭의 인사를 단행한 데 이은 쇄신 조치다.
신 회장은 올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을 사상 처음 1박 2일 합숙 형태로 진행, ‘비상 경영’ 위기 의식을 당부했다. 당시 신 회장은 본원 경쟁력 회복과 실행력 강화, 성과 기반 조직 운영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임원인사에서 성과 중심의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견됐다. 실제로 올해 인사에서는 부회장단 전원이 옷을 벗었다. 또한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사실상 ‘전면 세대교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유통·식품군의 실적 부진이다. 특히 그룹의 양대(유통·화학) 축인 유통부문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은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롯데쇼핑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조2165억 원, 영업이익은 3194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 줄었다. 롯데마트·슈퍼도 업황 부진에 내수 부진이 겹쳐 적자 전환했다. 신 회장은 기존 체제로는 더는 롯데쇼핑의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군에서도 롯데웰푸드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해 수익성 악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겸 유통군 총괄,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등 이른바 ‘유통 3인방’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도 물러났다.
3세 승계는 빨라질 전망이다. 관건은 신 부사장이 실제 핵심 계열사에서 얼마나 역량을 낼지 여부다. 신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게 됐다. 신 부사장은 올해 CES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바이오USA 등 글로벌 현장을 오가며 롯데그룹의 ‘4대 신성장 사업’(모빌리티·헬스케어·바이오·지속가능소재)을 직접 챙겨왔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절체절명의 경영 위기감 속에서 작년 화학부문, 올해 유통부문 CEO를 대거 물갈이하면서 세대교체와 함께 3세 경영 승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