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 건설사의 이자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실적 변화에 따라 기업별 재무 부담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영업이익 급감으로 이자보상 여력이 떨어진 반면, 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등은 수익성 회복으로 부담이 완화됐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설부문 재무지표가 공시되지 않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10대 건설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이자비용 총합은 1조18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211억 원) 대비 0.2%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73배에서 1.89배로 개선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경우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자비용 규모 자체는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지만 기업별 영업실적 변화 폭이 달라지면서 이자 부담은 건설사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롯데건설은 이자비용이 1331억 원에서 1165억 원으로 12.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의 감소폭(43.6%) 더 컸다. 이로 인해 이자보상배율은 1.23배에서 0.79배로 낮아져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1 미만’ 구간에 들어갔다. 이자 부담 자체는 완화됐지만 실적 부진이 겹치며 부담 지표는 오히려 악화된 형태다.
다만 롯데건설은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재무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단기차입 비중을 줄이고 장기차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만기 구조를 안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총 7000억 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제154·155회) 발행을 의결하기도 했다. 만기는 30년·최초이자율은 연 5.8% 수준이다.
특히 조달 환경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발행한 공모·사모사채의 조달금리도 올해 3분기 기준 4.14~5.90%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원가율이 안정된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이자비용이 13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 2.8% 감소하며 이자보상배율이 2.47배에서 2.14배로 낮아졌다. 전반적 리스크 수준은 높지 않지만 이자 대비 실적 여력이 줄어들었다.
포스코이앤씨는 9월 말 기준 이자비용이 689억 원에서 558억 원으로 19% 줄었음에도 2616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이자 부담이 확대됐다.
반면 일부 건설사는 영업이익 증가가 이자 부담 완화로 이어졌다. SK에코플랜트는 이자비용이 2952억 원으로 소폭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3663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자보상배율은 0.36배에서 1.24배로 상승해 ‘위험 구간’을 벗어났다.
DL이앤씨도 이자비용은 거의 변동이 없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3239억 원으로 증가하며 보상배율이 8.91배로 가장 높았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영업이익이 늘어나며 배율이 4.05배로 개선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적 흐름에 따라 기업 간 재무 여력 차이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분양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비용 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