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완성차 업체가 내수 경쟁 심화와 과잉 생산능력을 수출 확대로 전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러시아·중남미·ASEAN 등 신흥국에서의 급부상과 전기차(EV) 경쟁력 강화가 맞물리면서 한국 업체의 입지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간한 ‘중국 자동차 글로벌 진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22%에 달했다. 중국계 브랜드는 내수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뒤, 저가 공세와 전기차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권역별 확장이 뚜렷하다. 러시아·CIS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OEM 철수로 생긴 공백을 중국계 업체가 상당 부분 대체하며 점유율이 급증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가 재활용(폐차) 수수료 인상, 수입 관세 상향, 현지 부품 사용 의무화 등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추가 확대 여지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ASEAN·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중국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가성비 중심 모델에 더해 현지 조립·생산 투자를 결합해 가격·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유럽·대양주 등 선진국에서는 관세 강화와 보조금 축소라는 제약에도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는 추세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2025년 3분기 기준 중남미 전기동력차 판매의 88.2%를 중국계 브랜드가 차지했고,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핵심 시장에서도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다. 2025년 상반기 유럽 28개국의 중국계 전기동력차 판매도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Jetour·NIO 등 신규 브랜드 진입과 Xpeng·BYD의 현지 생산 확대도 향후 성장을 예고한다.
KAMA는 중국계 확장세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에서 중국계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한국계 브랜드의 경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 간 통상 대화 확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현지 대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흥국의 구매력 상승이 글로벌 신차 수요를 끌어올리는 만큼 전략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수출시장 다변화 과정에서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국내 생산기반 유지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한 세제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6.6% 감소했지만 유럽·남미·아프리카 수출 증가가 일부 버팀목이 됐다. 다만 해당 지역에서도 중국계 브랜드와의 경합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전기차 기술 고도화도 중요한 변수다. 샤오미·화웨이 등 ICT 기업이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중국 내수 경쟁이 기술 중심으로 전환됐고 이러한 경쟁 구도가 해외로 확산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래차 주도권 확보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가 핵심 대응 과제라며 미래차 기술 경쟁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