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충무로에 영상 산업의 새 심장 역할을 맡을 ‘서울영화센터’ 28일 문을 연다. 현장 관계자의 설명대로 센터 7층 야외 테라스에서 밖을 바라보자 종묘와 을지로 등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영화계 의견을 수용해 한국 영화의 상징인 충무로 핵심 입지에 들어선 서울영화센터는 단순한 문화 시설을 넘어 침체된 독립·예술영화 생태계 재도약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개관을 앞두고 24일 방문한 서울영화센터는 총면적 4806㎡,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로 조성됐다. 센터 건물은 대규모 시설은 아니지만 알찬 공간 효율성을 바탕으로 세련된 디자인을 갖춰 주변 건물 중에서도 돋보이는 외관을 자랑했다.
센터의 핵심 시설은 지하 1~2층 메인 상영관(상영관 Ⅰ·166석)이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35mm 필름 영사기 2대가 설치됐다. 디지털 시네마 시대에 아날로그 영화의 원형을 보존하고, 고전 명작을 원본 그대로 상영하겠다는 센터의 의지가 반영됐다.
지상층 상영관은 실용과 경향을 쫓아 구성됐다. 2~3층에 있는 2관(상영관 Ⅱ·78석)은 컴포트석으로 꾸며졌고, 5~6층 3관(상영관Ⅲ·68석)은 전 좌석이 리클라이너로 구성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영관 구성은 최근 MZ세대의 관람 패턴을 반영한 것”이라며 “단순 관람뿐 아니라 투자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비즈니스 매칭 시사회 때도 경직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둘러본 시설은 개관을 코앞에 두고 말끔히 정돈을 마친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1921년 제작된 9분 분량의 미국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맨하타' 시연을 진행했다.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흑백 영상이었지만, 스크린을 채우는 화질과 사운드는 최근 개봉한 영화처럼 생생했다. 시 관계자는 “고전 영화는 특히 사운드 구현이 까다로운데 최적의 음향 시설을 통해 고품질 관람 환경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센터는 단순 관람 시설을 넘어 영상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적 기능도 곳곳에 배치됐다. 7층 다목적실은 네트워킹 행사나 포럼을 위한 공간으로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용도에 따라 공간을 나눌 수 있다. 8층 공유 오피스는 16석의 개별 작업 공간과 회의실을 갖춰 영화인들이 시나리오를 집필하거나 제작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인다. 시는 이곳에서 영화인 전문성 강화 교육과 AI 신기술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실질적인 창작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센터 9층에는 영화 관련 서적·DVD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해 자료 접근성을 높였다. 이곳에는 충무로영상센터가 보유하던 도서·영상자료를 이전할 예정이다. 시는 12월 운영이 종료될 충무로영상센터의 교육·창작·상영·아카이브 기능을 서울영화센터로 통합 이전한다. 영화계 일각에서 과거 시정 약속을 근거로 서울영화센터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서울시는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특정 민간 단체에 수의계약 형태로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며 공정성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센터의 핵심 비전은 ‘독립·예술영화의 자생력 강화’다. 시 관계자는 “독립영화를 제작해도 상영할 곳이 없는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라며 “단순 상영을 넘어 신진 감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필름 마켓과 비즈니스 매칭을 정례화해 산업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전문성을 갖춘 서울경제진흥원(SBA)에 운영을 맡겼다.
시는 많은 시민과 영화인이 시설을 경험할 수 있도록 내년 3월까지 시범 운영 기간 모든 상영작을 무료로 공개한다. 이후에는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 자립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서울영화센터는 영화인에게는 기회의 공간이자 시민에게는 일상의 문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가 영화계와 긴밀히 협력해 충무로가 다시 영화의 심장으로 뛰게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