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희토류 대책 ‘추출공정 혁신’에 있어

입력 2025-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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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과학칼럼니스트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며 첨단기술을 차단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봉쇄했다. 갈등이 생기고 해소될 때마다 무역 수지와 주식시장은 요동친다. 멀미하는 우리나라도 첨단기술 인재를 유치하며 희토류 공급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희토류는 란타넘(La), 네오디뮴(Nd), 가돌리늄(Gd) 등 17개 원소이다. 희토류는 주재료에 소량 첨가되어도 성능을 향상시킨다. 네오디뮴은 자력을 키우고 가돌리늄은 중성자 흡수 능력을 높인다. 강력한 자석 덕분에 로봇의 모터는 소형화되고, 중성자 흡수 능력 덕분에 원자로는 안전하다.

희토류는 적지 않은 양이 땅에 매장되어 있지만 가공이 어려워 희귀하다. 가공의 까다로움은 희토류 원자핵을 감싼 비슷한 전자구름에 기인한다. 희토류 원자들의 최외각 전자는 모두 동일한 s 오비탈을 지니고 있다. 이는 마치 동일한 유니폼을 입은 사람과 유사하다. 겉옷을 벗기면 f 오비탈이라는 속옷이 나오는데 이마저도 구별성이 약하다.

초신성 폭발로 생성된 희토류는 우주공간에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졌다. 이들은 탄생 이후 바스트네사이트, 모나자이트 광물로 뭉쳐졌다. 중국 남부, 내몽골, 브라질에 희토류 광산이 있다. 17개 원소가 박힌 희토류 광물을 원소별로 분리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치므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서방세계에서는 환경 문제로 폐광했고 중국은 환경 문제를 기술로 극복하여 세계 희토류 시장을 움켜잡았다.

희토류 대책을 세우려면 먼저 희토류 제련 과정을 알아야 한다. 첫 단계는 희토류 광물을 잘게 부숴 잡석을 버리고 정광만 수산화나트륨으로 녹인다. 이 용액에 과산화수소나 황산을 넣어 철 이온이나 바륨 이온을 제거하면 17개 희토류 원소들의 용액만 남는다. 이제부터 고비이다. 희토류 원소별로 분리하는 기술이 어렵다. 원유는 끊는 점을 이용하여 휘발유, 경유를 분리할 수 있지만 희토류 수용액은 휘발성이 없다.

물에 녹은 희토류는 양전하를 띤 이온 형태이다. 즉 겉옷은 벗고 속옷 f 오비탈만 입은 상태이다. 란타넘 이온은 f 오비탈 1겹만 입고, 네오디뮴 이온은 f 오비탈 4겹을 입고 있다. 1겹, 4겹이니 구별될 듯싶지만 실제 분리는 어렵다. 널리 알려진 분리 방법은 착물 형성 후 용매추출이다. 착물은 음전하를 띤 추출제가 양전하를 띤 희토류 이온에게 겉옷을 덮어 형성된다. PC88A 등 알킬인산계가 추출제로 사용된다. 형성된 착물은 용매인 석유에 추출될 수 있다. 용매추출법이 그나마 효과적인 방식이지만 다단계 공정을 없애지는 못했다.

화학 공정에서 다단계는 오염물을 증가시킨다. 중국이 최적화된 용매추출법을 통제하고 있으니 후발 국가들은 시행착오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분리기술을 믿고 대규모 공장을 지었다가는 환경오염만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희토류를 설령 생산해도 중국이 물량을 풀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용매추출 공정은 중국이 우위에 있지만 새로운 추출제를 합성하고, 추출설비를 최적화하고, pH를 조절하는 등 혁신의 여지는 있다. 또한 f 오비탈이 착물형성에 직접 간여하므로 빛을 쪼이거나. 전압을 걸어주는 등 반응 조건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혁신 활동은 대규모 투자 없이도 실험실 단위에서 가능하다, 미·중 간 갈등을 우리는 공급망 다변화에서 찾아야 하겠지만 추출 공정 확보는 희토류 대책의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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