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0%의 부진한 성장률이 예상되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1.9%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내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 본격화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리스크, 고환율 지속 등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24일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발표에서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1.0%)보다는 0.9%포인트(p) 높은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낮은 성장률에 대한 기저효과와 건설투자(2.7%↑)와 민간소비(1.7%↑)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내수가 내년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조만간 한국은행도 1%대 후반의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유지하겠지만 대내외 하방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내년도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단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현실화'가 꼽혔다. 올해가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심리적 불안감이 지배한 시기였다면, 내년은 관세 부과 등 실제 정책이 집행되며 실물 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와 대중국 견제 심화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히 무역확장법 232조 등 파생 상품에 대한 관세가 확대 적용될 경우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수출이 올해 기록적인 실적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인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트렌드가 기존 '학습형'에서 '추론형'으로 전환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 폭발력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AI 거품론’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적 문제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지적됐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향상과 저가 밀어내기 수출 공세에 밀려 내년에도 단가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리스크들을 반영해 내년 연간 수출액이 올해(7005억 달러)보다 0.5% 줄어든 6971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내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2026년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상 환경의 격변기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 편중 심화를 해소하고 트럼프발 파고를 넘을 정교한 통상 전략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