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누적 방문객 200만명
레고ㆍ세븐팀 팝업 등 입소문
"AI발전 속 결국엔 사람이 중요"

“2018~2019년경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컸습니다. 특히 MZ세대가 통신 매장에 들어오지 않았고, 고객과 소통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판매’ 대신 ‘경험’을 전면에 둔 공간을 만들기로 했지요.”
허지철 LG유플러스 공간플랫폼팀장은 20일 용산 사옥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강남 한복판에 ‘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문화공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기존의 플래그십 스토어 방식을 탈피한 문화공간을 개관했다. 2020년 9월 문을 연 이후 누적 방문객 수는 200만 명에 달한다.
일상비일상의틈은 처음에 LG유플러스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한복판에 지방의 유명 카페, 독립서점 등을 들여 공간 자체를 입소문 타게 하겠다는 회사의 전략은 적중했다. 일상비일상의틈 뒤에 ‘by U+’를 붙이기 시작한 건 2023년 2월부터다. 허 팀장은 “핫한 콘텐츠가 있으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온다”며 “괜히 LG유플러스를 내세우면 사람들이 안 들어올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공간 설계의 핵심은 ‘통신사 느낌 줄이기’였다. 허 팀장은 “고객이 SKT를 쓰든 KT를 쓰든 편하게 들어와서 공간을 먼저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좋은 감정과 기억이 남으면 통신사를 바꿀 때 LG유플러스를 떠올릴 수 있고 이게 결국 ‘브랜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MZ세대에게 ‘다양한 취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허 팀장은 MZ세대가 틈을 찾는 이유로 ‘강요하지 않는 공간성’을 꼽는다. 이곳에서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자유롭게 만지고 체험할 수 있고, 출시 단말도 직접 써볼 수 있다. 특히 여러 IP(지식재산권)·팬덤 기반 팝업으로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레고 90주년 전시, 세븐틴 공식 팝업, LG트윈스 우승 기념 팝업 등은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신인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공식 데뷔도 틈에서 이뤄졌다.
틈의 운영 철학은 LG유플러스의 브랜드 철학 ‘심플리 유플러스(고객의 선택 고민을 줄이고 확신을 더해주는 전략)’와도 맞닿아 있다. 허 팀장은 “그동안은 팝업 위주로 팬덤이 많이 몰리는 공간으로 활용됐다”며 “이제는 한 사람이 머물더라도 깊은 경험을 남기고, 그 고객이 주변에 전파하는 공간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방문객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고객 프로모터 전략’으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창조의 경제: AI와 인간의 공존’이 주제다. 허 팀장은 “1층에는 인공지능(AI)과 무관한 거장의 작품을, 다른 층에는 AI가 활용된 작품을 배치했다”며 “기술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사유할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며 “핵심 키워드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허 팀장은 이번 전시를 '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으로 정의했다. '갤러리호튼'과 협업한 이번 현대 미술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점·선·면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환 작가, '붉은 산수' 화가로 이름을 알린 이세현 작가를 비롯한 작가 9명의 작품이 전시됐다. 그는 “앞으로는 방문객 수보다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며 “이번 전시를 변화의 한 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공대생 출신의 허 팀장은 2009년에 QA로 입사해 개발, 디바이스 기획, 마케팅을 거쳐 틈의 기획을 총괄하는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한 해외 도시와 관련한 기획을 할 때마다 주말을 반납해 현장을 찾아가는 그의 열정은 팀에서도 유명하다. 허 팀장은 “틈을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아이코닉(iconic·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활짝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