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도, 국회도 모두 손 놓고 있어 비판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국회가 정작 경내에 있는 전기자동차(전기차) 충전기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 부실 문제가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회에서도 충전기 관리 부실이 드러나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경내 의원회관 인근 9개 완속 충전기 가운데 1개는 현재 완전히 고장 난 상태이고, 3개는 인식불량 등으로 충전 오류가 발생 중이다. 충전기 절반가량이 먹통인 셈이다.
게다가 일부 충전기는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카드 인식 오류 현상을 빚고 있다. 기후부 카드는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충전기를 이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카드다. 이렇다보니 멀리 떨어져있는 충전기의 선을 끌어오는 등 혼선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 방문한 김모 씨는 “충전을 시작한 지 3분도 되지 않아 기기 오류로 충전이 중단됐다”면서 “다른 충전기를 사용해보려고 해도 (기후부) 카드 인식이 안 돼 충전시설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한 달 째 수리가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40대 박모 씨는 “국회 내에 있는 완속 충전기 오류가 잦아 충전시설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확인해보겠다는 말 뿐이었다”면서 “한 달 째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경내에 전기차 완속 충전 시설은 총 12개다. 한국전력(3개)과 보타리에너지(9개)가 충전기 운영 사업자지만 유지·관리 주체는 국회 사무처다. 충전 시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1차적으로 조치를 취해야하는 곳이 국회인데, 고장 난 기기가 방치되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 주체는 국회가 맞다”면서 “국회 사무처 관리국의 직원들이 충전기가 고장난 걸 확인하면 업체와 같이 관리(수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 부실 문제는 최근 정부의 대대적인 운영실태 점검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된 사안이다. 9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기후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점검한 결과 전기차 충전시설 2만4000여 기의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회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성 논란까지 나온다. 국회는 올 6월 탄소중립 선언식을 열고 2035년까지 국회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화석연료 기반 냉난방 시스템을 폐지하고, 국회 소유 차량 100% 무공해차 전환 등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우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70% 줄이고,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을 80%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