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통과 시 수은 해외사업 독립 출자 가능
1조9000억 통상대응 예산 법적근거 마련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출이나 보증 없이도 해외사업에 직접 출자할 수 있게 하는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2005년 이후 20년간 유지된 규제가 풀리면서 K-방산과 인프라 수출, 벤처기업 지원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 관세 협상에 따른 1조9000억 원 규모 통상 대응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19일 오전 기재위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경제재정소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간사 정태호 의원은 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입은행법은 이미 통과된 게 있었고, 오늘 남아있는 것이 다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의 핵심은 수출입은행이 대출·보증과 연계하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출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대출 승인이 이뤄진 후에만 연계해서 출자할 수 있었지만, 법안이 그대로 최종 통과될 경우 사업 초기부터 지분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기구에만 투자할 수 있던 제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양한 펀드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장관의 개별 승인을 받아야 했던 절차도 연간 한도 내에서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수출입은행의 직접투자 실적은 11건, 554억원에 불과했다. 대출 연계 의무 때문에 사업 초기 지분구조 결정 단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수출입은행은 일대일로 사업에서 연간 수백억 달러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수십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며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왔다.
법 개정으로 수출입은행은 UAE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나 인도네시아 발전소 프로젝트 등 대형 해외사업 입찰 초기부터 컨소시엄에 지분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벤처투자조합이나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 등 특수목적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어 AI, K-콘텐츠 등 혁신산업 지원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요구하는 1500억 달러 규모 투자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통상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병권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무분별한 업무 확장 우려가 있다"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수익성 확보가 확실한 경우'라는 기준이 모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안은 28일 내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12월 2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과 맞물려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