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다자체제 복귀’ 과제 남긴 경주 APEC

입력 2025-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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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ㆍ동국대 명예교수(경제학)

정상간 선언에 자유무역 언급못해
일방주의 극복해야 역내협력 가능
합의이행 통해 실질성과 이끌어야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는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에 몇 가지 중요한 성과를 낳은 동시에 과제 또한 남겨 둔 회의였다. 정상회의 중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고 미·중, 일·중 간 양자회담도 기대했던 바대로 이루어졌다. 정상회의 전 열린 기업인회의 또한 해외주요 기업의 국내투자 성과는 물론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3자회동 장소인 삼성동 모 치킨집을 명소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소문이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평가와 이에 근거한 과제의 파악은 정상 간 합의된 사항을 이행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끝나는 잔치가 아니라 이행을 통한 실질적 성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그간 합의가 되지 않아 시간을 끌어왔던 한미 간 관세협상이 핵추진잠수함 운용을 위한 연료공급 합의와 함께 타결되었고, 11월 1일의 한중 간 정상회담에서는 한한령 해지의 신호로 중국에서 카카오톡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는 낭보가 들어왔다. 미·중 간 패권을 둘러싼 경쟁도 1년이라는 한정된 기간이지만 그간의 제재조치에 대한 유예를 합의하였다. 한편, 일·중 정상회의는 예상대로 양 정상 간 주장의 대결로 냉랭한 경쟁구도를 드러낸 바있다.

여기서 이번 정상회의의 중요 과제 중 하나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실패 사안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다자체제로의 복귀 문제다. 이번 정상회의 담당자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은 ‘다자체제’는 물론 ‘자유무역’의 ‘자유’ 자도 정상선언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이문제에 대한 결론 없이 경주선언은 △무역 및 투자가 지역의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동인식 재확인, △인공지능(AI) 공동비전으로서 ‘APEC AI이니셔티브’ 명문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한 ‘APEC 인구구조 대응 공동프레임워크’ 수립과 △문화창조산업을 아태지역 신성장동력으로 인정 등 일반적인 합의로 끝났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혁적 기술로서 또 하나의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AI의 보급, 경제적 불평등 해소, 규범 제정 등의 이슈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한류(Korean Wave)로 드라마, 팝송, 음식 등 다방면에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문화창조산업을 역내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해 이를 역내 국가 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아태지역 내 최대 다자간 경제협력체인 APEC에서 역내 투자 및 무역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배격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방주의가 판치는 한 나머지 의제들은 한순간에 공염불이 될 수도 있고, 역내국가 간 협력은 바로 대결구도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자체제 복귀는 근원적 의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는 인정하더라도 이번에 미국 및 중국과 정상회담을 통하여 합의한 이슈들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협상 진행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과의 합의내용 중 확실히 해야 할 사항으로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핵추진잠수함의 건조장소 문제가 있다. 미국은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인하 약속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양국의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는 미국의 공격형 원자력잠수함 건조 승인과 연료 조달방안 협력만을 명시하고 있다. 협상전략 측면에서 보면 정상 합의의 특성상 미국이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인준(ratification)을 빌미로 한 양보 불가, 그리고 특정하지 않는 한 해당이 없다는 포지티브 방식 등의 주장은 통상협상에서 항상 있어왔기 때문이다. 핵연료의 경우 국무부의 반대, 포지티브방식 주장은 반도체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합의 내용은 다행히도 중국 측이 다자체제 복귀를 주장하고,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역할과 한국의 대미 밀착에 대한 경계 때문인지 이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 해제 신호로 K팝그룹의 중국 내 공연 허가와 카카오톡 사용 허용, 그리고 필리조선소에 대한 제재 유예 등이 증거다. 정상 간 합의에 대한 치밀한 점검과 협상을 통한 합의내용의 분명한 이행을 담보할 수 있어야 명실공히 ‘협상력’이 강한 한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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