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관광공사가 지난 4월 진행한 ‘가스트로 도모(부산 셰프의 날)’ 행사에 약 2억 원을 투입한 데다, 사업을 수행한 업체가 부산시 미식정책 고문이 운영하는 회사였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한 예산 집행 논란을 넘어, 부산시 문화·미식·커피 정책 전반에 자리 잡은 '정책 사유화·엘리트 포획 구조'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김효정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참석자 60여 명 규모 행사에 2억 원을 집행했다"며 "결과적으로 1인당 333만 원을 투입한 행사가 과연 공공성을 갖춘 사업인지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국내 식문화 전문가, 미쉐린 셰프 등이 참석했다.
논란의 핵심은 행사 수행 업체 '난로유니언'이 부산 미식관광 정책 고문인 A 씨의 회사라는 점이다. 김 의원은 "정책 자문을 맡은 인사가 자신의 회사로 수의계약까지 따갔다면, 정책과 사업이 한 사람에게 귀속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책자문은 정책자문에 그치고, 행사용역에는 손을 대지 않았어야 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처음부터 결여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부산관광공사가 미쉐린 연계 사업 등에 8억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동안 돼지국밥·밀면 등 부산 로컬 푸드 활성화 사업 예산은 2000만 원짜리 가이드북 제작이 전부였다"며 "대다수 소상공인을 외면한 채 일부 미쉐린 식당과 해외 관계자를 위한 ‘그들만의 잔치’가 됐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박 시장의 문화·미식·커피 관련 정책 전반을 둘러싼 비판과 그대로 맞물린다. 박 시장 체제에서 해당 분야의 전략 사업은 특정 전문가·특정 브랜드·특정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설계·집행되며, 도시 정책이 시장의 취향과 인맥에 종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식관광 정책은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국·대만 지역 의장인 A 씨가, 커피 사업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B 씨가 각각 깊숙이 개입해 왔다. 단순한 자문을 넘어 정책 방향·프로그램 구성·예산 배분 과정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산의 주요 문화정책이 사실상 '단일 인물 중심 구조(Single Endorser Model)'로 고착됐다는 비판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부산의 실제 산업 생태계와 괴리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돼지국밥·어묵·밀면 등 수십 년간 도시 경제를 떠받쳐 온 로컬 식음료 산업은 정책 지원 테이블에서 철저히 주변부로 밀려난 채 방치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산의 현실과 생태계는 보지 않고, 일부 엘리트 네트워크에 정책을 끼워 맞추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부산의 식문화 산업은 특정 전문가 집단의 실험실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박 시장의 정책 스타일을 두고 '압축 성장 시대 태릉선수촌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정 종목·전문성이 있는 특정 인물에게 자원을 몰아주는 방식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으며, 공공성·형평성·지역 경제 기반이라는 행정의 기본 원칙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 시장이 관심을 갖는 분야일수록 예산·권한·홍보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민주적 절차·공공성·균형성보다 시장 개인의 엘리트리즘에 입각한 취향과 인맥이 정책을 규정하는 기형적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