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부원장 유임 여부도 관심

금융감독원 임원 인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조직 내 어수선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각종 하마평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이찬진 원장의 향후 조직 운영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금감원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인사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실, 금융위원회와의 조율 문제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원장이 상급 기관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내부 조직을 추스를 묘수를 찾을지도 관심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감사 직후로 예상됐던 금감원 임원 인사는 이르면 이달 말 단행된다. 금감원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8명 등 현직 임원 11명 전원이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애초 이 원장은 현재 공석인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자리와 보험부문 부원장보 자리에 2명을 메우고 임기 만료가 임박한 부원장보 2명만 교체하는 '소폭 인사'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보장을 존중하고 조직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 원장은 올해 9월 신규 임원 승진 대상자 2명에 대한 인사검증을 대통령실에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인사 폭이 지나치게 좁다”며 인사안을 사실상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 전 정권 당시 이복현 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임원들을 보다 폭넓게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인사안을 다시 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인사 풍문’은 커졌다. 이 원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만 3년 이상 국장으로 근무한 인물을 부원장보 승진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인사 원칙을 언급하면서 하마평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금감원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국장은 김욱배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장, 권재순 제재심의국장, 김형순 금융투자검사1국장, 위충기 디지털금융총괄국장, 김형원 은행감독국장 등 5명이다. 여기에 회계전문심의위원 등 ‘+알파(α)’ 인선이 추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후보군이 있지만, 이 원장이 '3년 국장'을 기준으로 언급한 뒤로 자연스럽게 해당되는 인물들이 승진 후보군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넘버2’인 수석부원장 인선도 주요 변수다. 이 원장은 내부 승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위원회의 반대에 부딪쳤다. 금융위는 관례대로 금융위 출신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0월 국감에서 이 원장이 금융위와 사전 협의 없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양 기관의 온도차가 더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이 원장은 당시 국감에서 "형사소송법에는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데 금융위 감독 규정으로 임의적으로 인지수사를 제한했다"며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없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로써 최근 이세훈 수석부원장 유임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새 인물을 조율하기보다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양측 모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찬성했던 이 수석부원장 유임에 대한 내부 반발 기류는 부담이다.
이 원장은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을 방어하고 소통을 확대하는 리더로서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번 인사가 중대한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조직개편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논란을 정리한 것도 그렇고 내부 소통에서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