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기간 6차례, 1만8000주 매입…공적 감시 ‘우회’
전략 광물 생산 및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 인수 시도
MBK파트너스가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차입매수 부작용과 홈플러스 경영 실패, 롯데카드 해킹 사고,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을 놓고 비판이 쏟아지던 시점에 지분 매입 결정과 실행을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자본 논리에만 치중하는 사모펀드의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는 ‘한국투자기업홀딩스’를 통해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장내에서 6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1만8000주를 매입했다. 매입 규모는 총 206억 원 규모다.
한국투자기업홀딩스는 고려아연 지분 매입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번 장내 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 효과가 더해지며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41.25%에서 44.24%로 늘었다. MBK가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것은 지난해 말 이후 11개월 만이다.
특이할 점은 매입 시점이다. MBK의 고려아연 지분 추가 취득 기간이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점이다. MBK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왔고, 이어 21일에는 김광일 부회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종합 국감에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가 출석했던 시점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과정에서 홈플러스 경영 실패뿐 아니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는 MBK의 무리한 차입매수와 경영 전략 부재에서 발생했다”라며 “그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생명보험)과 코웨이,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 딜라이브 등 인수 때마다 투자와 성장을 약속했지만, 투자금 회수만 계속했다”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위기를 자초한 MBK 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MBK 회의실에 피카소 판화가 여러 점이 있고, 명품 차량 수집이 취미인 김 부회장은 여러 차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카소 판화를 즐기고 명품 차를 타며 인생을 희희낙락할 때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밤잠을 못 자면서 불안감에 좌불안석이었고, 영세 기업인들은 납품 대금을 못 받으면 어떡하나 힘들어했다"며 "노동자와 업체는 힘들게 밤샘하는데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에 1조 원 이상 벌어들인 약탈 자본"이라고 주장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국감에서 MBK를 ‘약탈적 헤지펀드’로 규정하며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이 사모펀드가 계열사 카드사와 합작해 부채를 외주화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K가 차입 인수(LBO) 방식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매출이 감소하고 이자 부담이 커지자 자산을 팔아 이자를 메우고 투자금을 갚았다”라며 “이후 유동성이 악화하자 롯데카드 기업구매카드 약정을 통해 신용 공여를 확대하고 자산유동화 전단채를 발행해 초단기자금을 조달했다”라고 일갈했다.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중국자본을 포함한 해외자본을 펀드레이징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해 매각하면 필연적으로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라며 “MBK가 기업 사냥의 대상으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이고 전략산업이기 때문에 대충 넘겨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올해 10월 ‘아연 제련 공정에서 저온∙저압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이 산업통상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포함됐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설계 ∙제조 공정 기술’ 역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또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핵심광물 쟁탈전 속에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자원 안보 분야에서의 존재감도 부각하고 있다.
정치권을 넘어 시민사회 단체들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바른사회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사모펀드를 통해 전략기술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현행 제도가 이를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고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도 “사모펀드는 수익 실현을 위한 단기 전략에 집중해 장기적 기업 지속가능성이나 산업기술 보호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