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국인 도시민박’ 도입 검토해야

입력 2025-11-13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장/(사)한국관광학회 회장/(사)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장

여행의 풍경이 바뀌었다. 단체관광 대신 개인의 취향과 여정을 중시하는 개별여행이 대세가 되었고, 숙소는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 그 자체가 되었다. 감성과 지역 문화를 느끼는 체험형 숙소, 프라이빗한 독채 선호가 뚜렷하다. 이렇듯 변화하는 수요에 맞추려면 도시민박업의 제도적 틀을 현실화하고 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 대비 과제로 숙박 수용력 대응을 제시했지만, 기존 호텔과 리조트만으로는 급증하는 다양한 개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현행 제도에서 도시민박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체험형 관광의 플랫폼이 될 수 있으나, 실증특례를 제외하면 외국인 전용이다. 이로 인해 내국인 수요는 불법 영역으로 흘러가고 합법 시장은 위축되었다. 국가적 수용력 강화를 위해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기존 숙박업과 상호보완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인만 허용 … 도시민박 활성화 안돼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여러 차례 도시민박업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입법과 정책 현장에서는 매번 난항을 겪어왔다. 2016년 정부는 규제프리존을 통해 내·외국인을 허용하는 공유민박을 구상했고, 2017년 국회가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상임위 단계에서 무산되었다. 2019년 첫 실증특례를 통해 내국인 숙박이 일시적으로 허용되었으나,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관에서 건강한 도시민박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에어비앤비는 무등록 숙소의 퇴출을 선언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내국인 도시민박 이용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25년 10월에는 플랫폼에 숙박업 등록 여부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고, 안전·위생 기준의 불일치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속과 완화의 순환을 멈추고, 소비자 보호와 공정경쟁 원칙 아래 일관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민박업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내국인 제외 조항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만 존재해 내국인이 이용할 경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그러나 ‘주거 공간’인 민박을 체험하고 지역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숙소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외국인 구분 없는 이용 범위 완화가 필요하다. 둘째, 실거주 의무 이슈다. 현대의 민박 트렌드는 숙소가 위치한 지역의 장소성, 호스트 온·오프라인 서비스, 게스트의 프라이빗한 휴식 중심으로 변화했다.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호스트·게스트 간의 새로운 관계 모델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셋째, 주민 동의 요건이다. 주민 불편이나 재산권 문제를 이유로 동의 절차를 강화했지만, 주민 동의는 갈등 예방을 위한 현실적 장치로 재설계하되,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존 숙박업과 상생방안 모색이 과제

도시민박업은 단순한 숙박형태가 아니라 도시 관광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한다. 실거주 의무와 주민 동의 이슈 등을 종합 검토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 이후 내국인을 허용하는 ‘내국인 도시민박업’ 제도를 도입해 불법 영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건강한 숙박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숙박업과의 상생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관광진흥법,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 등에 산재한 숙박 관련 제도를 통합해 규제 일관성을 확보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3000만 외래 관광객 시대를 앞둔 지금, 도시민박업의 합리적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394,000
    • -0.96%
    • 이더리움
    • 4,721,000
    • -0.72%
    • 비트코인 캐시
    • 857,000
    • -2.5%
    • 리플
    • 3,113
    • -3.74%
    • 솔라나
    • 208,000
    • -2.53%
    • 에이다
    • 655
    • -2.53%
    • 트론
    • 427
    • +2.4%
    • 스텔라루멘
    • 376
    • -0.79%
    • 비트코인에스브이
    • 31,010
    • -1.27%
    • 체인링크
    • 21,210
    • -1.99%
    • 샌드박스
    • 222
    • -2.6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