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관세 부담 9000억 엔 불구 선방
전 세계 판매는 5% 늘어 사상 최대
하반기는 넥스페리아 출하 중단 악영향 직면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들 7개사의 2025회계연도 상반기(4~9월) 연결 실적이 모두 공개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자동차 관세 영향이 총 1조5000억 엔(약 13조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범유행) 시기인 2020년 이후 5년 만에 7개사 전부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HV) 판매 호조에 힘입은 도요타자동차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이하라 노리야 혼다 부사장은 “관세는 이제 뉴노멀(새로운 상수)”이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9월 16일 자동차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이번 실적 기간(4~9월)에는 대부분 27.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됐다.
7개사의 관세 부담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약 1조5000억 엔, 여기에 엔화 강세로 7000억 엔 규모의 환차손이 추가됐다.
닛산자동차, 마쓰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모두 최종 적자로 전환했다. 7개사의 순이익 총합은 약 2조1000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들어 2년 연속 감소세다. 관세와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대폭 증익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쓰다와 스바루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특히 컸다. 미국 판매 비중이 약 30%에 이르는 마쓰다는 4~9월 971억 엔의 관세 부담으로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마쓰다의 제프리 가이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져 103억 엔의 이익이 추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판매 비중이 80%에 달하는 스바루 역시 1544억 엔의 관세 부담으로 수익이 급감했다. 스바루는 관세 상시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2030년까지 2000억 엔 규모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면 도요타는 9000억 엔의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판매를 전년 대비 5% 늘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9% 증가해 순익 감소율이 7%로 7개사 중 가장 낮았다. 중국 시장에서 도요타는 판매를 6% 늘려 현지 브랜드 공세로 고전 중인 혼다와 대조를 이뤘다.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랩의 스기우라 세이지 애널리스트는 “도요타는 북미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며 “라인업 경쟁력에서 다른 회사들과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하반기에는 새로운 리스크 요인도 등장했다. 중국 모회사를 둔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넥스페리아의 출하 중단이 주요 제조사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혼다는 일부 차량에 넥스페리아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지난달 말부터 멕시코·미국 공장에서 주력 모델 감산에 들어갔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1500억 엔 규모로 추산되며, 혼다는 이번 회계연도 연간 순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 시장 판매가 없는 스즈키는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반도체 공급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즈키의 이시이 나오키 부사장은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공급망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7개사는 이번 회계연도 환율 가정치를 1달러당 140~147엔으로 설정했지만 최근 환율은 154엔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대해 스기우라 애널리스트는 “엔저는 일시적 호재지만, 관세 부담의 전가 여부에 따라 각 사의 실적 변동 폭이 여전히 클 것”이라며 “업황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