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부양·아내 가사’ 전통 성 역할 강조
PC주의·다양성 강조 문화에 대한 반발 심리
가사·육아 부담 불균형으로 인한 번아웃 의견도

1950년대까지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은 사회 진출이 아닌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이후 페미니즘이 등장하며 여성의 사회 진출은 지속해서 활발해져 왔지만, 미국 내에선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과거 미국의 주류였던 전업주부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인 ‘전통 아내’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 아내는 ‘전통적인 아내’의 약자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 호소했던 페미니즘 운동의 대척점에 있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아내의 부활을 적극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플루언서 중 하나인 미국 남부 버지니아주에 거주 중인 에스티 윌리엄스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아내이자 어머니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팔로워 숫자는 3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윌리엄스의 패션은 195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 여배우 마럴린 먼로를 연상시킨다. 먼로 스타일의 금발 머리에 립스틱을 바르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채 남편의 귀가를 기다린다.
그는 빵과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요리를 위해 하루 5시간, 청소에만 2시간을 쓰는 날도 있다. 이후엔 남편이 다음 날 출근 시 입을 옷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만든 뒤 잠자리에 든다.
이외에도 윌리엄스는 SNS를 통해 “큰 지출을 할 때는 남편의 허락을 얻는 것이 원칙”, “남편에게 순종하고 가족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내 배 속에서 딸이 자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등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 여성상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에 대해 윌리엄스는 “커리어를 중시하는 여성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남성이 밖에서 일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이 전업주부 역할을 맡아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전통적 가족’이 삶에 있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 등장 이후 미국의 전업주부 비율은 감소해왔다. 하지만 1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중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의 비율은 1960년대 후반 절반 정도에서 2000년대에 30%로 줄어든 이후 정체 상태다.
미국에서 과거의 대세였던 전업주부상으로의 회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로는 지나치게 다양성을 중시하는 도시 엘리트 계층에 대한 반발이 하나의 이유로 거론된다. 지나친 PC 주의에 대한 반발로 미국 사회의 보수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이다.
전통 아내 운동 인플루언서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다. 기독교는 미국의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큰 축이기도 하다. 이들은 “성경은 남성이 밖에서 일해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가정을 지키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담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육아 분담이 여성에게 더 치우쳐져 있다는 점도 전통 아내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은 하루 2.7시간을 가사에 쓴 반면, 남성은 2.3시간을 가사에 할애했다.
신시아 솔라리 메사추세츠대 사회학 교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있다고 본다”면서 “일은 물론 집안일과 육아도 여성이 더 많이 떠안으려 한 결과 이들은 번아웃이 되고 지쳐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성을 장착해 사회에 나서야 한다’는 페미니즘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통 아내 운동을 이끄는 인물 중 하나로 미국 언론에 소개되는 보수 성향 여성 라이프스타일 잡지 ‘이비’의 설립자인 브리타니 휴고붐은 “여성성을 버리고 바지 정장을 입어 남성만큼 일하라고 강요하는 페미니즘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며 “내 잡지는 아름답고, 상냥하며, 그 위에 강인한 ‘여성다움’을 긍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