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갖춘 건조, 설계사와 손잡은 삼성重
中부담 일단은 던 한화오션

국내 조선 3사의 한미 조선업 협력이 빨라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조선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협력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각자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 중이다.

HD현대는 한국, 필리핀, 뉴질랜드, 페루 등 각국 해군에 100척 이상의 수상함과 잠수함을 건조·인도한 이력을 바탕으로 마스가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4월 미국의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는 함정 분야에서, 6월에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상선 분야에서 각각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특히 헌팅턴잉걸스와의 합의각서(MOA)는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발 사업에 양사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성사될 경우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게 된다.
또 독일 지멘스와는 미국 조선업 디지털 전환 및 현대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HD현대의 선박 건조 노하우와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및 비즈니스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생산공정 디지털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협력 뿐 아니라 조선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HD현대는 미국 전역 30여개 지멘스 교육시설을 활용, 현장 중심 실무 교육을 실무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10월 27일 APEC CEO 서밋에서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현지 조선소 인수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옵션을 두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진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선박 설계와 기자재 조달 전문 업체인 DSEC(디섹)과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디섹은 미국 조선업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디섹은 미국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너믹스(General Dynamics) 산하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소재 나스코 조선소(NASSCO)와 2006년부터 설계 및 자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나스코 조선소는 필리조선소와 함께 미국에서 상선 건조가 가능한 2개 조선소 중 한 곳이다.
이번 협약은 미국에서 상선 건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신호로 해석된다. 디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협약(MOU)으로 삼성중공업은 미국 내 중형 상선 건조,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수리, 그린·디지털 솔루션 제공 등 협력 영역을 확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앞서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위해 미국 군함 정비 전문 조선사 비거 마린 그룹과도 MOU를 체결했다. 지난달 29일 삼성중공업이 조선해양 업계 최초로 자동화 플랫폼 'S-EDP(SHI-Engineering Data Platform)'을 공개했는데 이 자리에 비거마린 대표도 참석하면서 양사 협력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진출 선두주자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리조선소는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조선소로, 국내 조선사 ‘빅 3’ 중 미국 내 유일한 생산 거점이다. 한화오션은 약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필리조선소 선박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필리조선소의 연간 생산 능력은 1~1.5척 수준이다.
아울러 미국 조선업 강화와 관련된 미 의회의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한화오션은 미국 내 건조 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의 수혜 대상으로도 거론되고 있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 APEC 특별 연설에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더해 9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향후 1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마스가 추진에 부담을 덜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