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의 2.6% 달해
인력 부족 인한 기업 파산 사상 최대
“소프트웨어 투자로 생산성 향상 필요”

인력난이 일본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더는 수요만 자극해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종합연구소와 인력 부족으로 생긴 경제 기회 손실을 조사한 결과 그 규모가 연간 16조 엔(약 152조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과거 일본 경제 통계를 바탕으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와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 고용 규모라는 세 가지 요소의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력 부족으로 실제로 줄어든 부가가치 규모와 임금 인상으로 인력 부족을 보완했을 때 새로 창출될 것으로 가정되는 부가가치 규모의 차이를 기회손실로 정의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회손실은 16조 엔을 기록해 5년 새 4배 급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16조 엔 가운데 13조 엔은 호텔이나 요양, 택배 등 비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도치기현 닛코시의 기누가와 파크호텔의 종업원 수는 코로나19 때보다도 40% 줄었고 객실 가동률은 50% 수준에 그쳤다. 사아타마시에 본사를 둔 코프델리생협연합회는 8월 여름철 처음으로 5일간 택배 업무를 중단했다. 휴가를 쓰는 직원은 많고 대체 인력을 구하기는 어려운 탓에 기업은 연 매출 2%를 포기하면서까지 업무를 멈춰야 했다. 기계화가 더딘 산업 특성이 인력 부족의 피해를 더 키웠고 그렇게 비제조업 손실액은 5년 전보다 10조 엔 불어났다.
기업 파산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3월 마감한 2024회계연도에 구인난이나 직원 퇴직, 인건비 급증 등을 이유로 도산한 사례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309건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인력난으로 곧 도산할 가능성이 큰 ‘예비군’도 54만 개 기업 중 2.5%에 달했다. 비율은 5년 새 0.3%포인트(p) 상승했다. 도쿄상공리서치의 하라다 미쓰히로 정보부장은 “인력 부족으로 도산할 기업은 앞으로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검토에 들어갔다. 2019년부터 시행 중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은 연간 작업시간 상한을 72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 노동시간을 늘리면 일정 부분 노동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일본에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소프트웨어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법인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1인당 소프트웨어 자산은 음식·숙박업이 2만 엔, 의료·복지업이 5만 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산업 평균인 45만 엔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닛케이는 “그간 일본은 재정지출과 금융완화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지금은 그 수요조차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효과가 미미하다”며 “인적 투자와 생산성 개선을 통한 공급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