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O 넘어 AI 인프라로… ‘데이터센터 대전’ 불붙은 통신3사

국내 통신3사가 이동통신(MNO)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AI 데이터센터(AI DC)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한 5382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고객의 데이터센터 이용이 늘고 공공기관의 AI 클라우드 수요가 확대되면서 KT클라우드 매출이 20.3% 상승했다.

최근 개소한 ‘가산 AI DC’는 IT용량 26MW, 연면적 1만1046평 규모로,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중 처음으로 ‘리퀴드 쿨링(액체 냉각)’ 기술을 도입했다. 콜드 플레이트를 GPU 칩에 부착하고 냉수를 직접 접촉시키는 D2C(Direct to Chip) 방식이다. KT는 중장기적으로 500MW 이상 인프라를 확보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건설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1GW급으로 확장한다. 오픈AI와도 협력해 서남권 AI DC 설립을 추진 중이며, 구로 지역 신규 센터도 검토하고 있다. 2030년까지 누적 30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운영이 목표다.

최근 선임된 정재헌 SKT 최고경영자(CEO)는 3일 ‘SK AI 서밋 2025’에서 “설계부터 운영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는 ‘AI DC 종합 사업자’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RTX Pro GPU 2000대 규모의 제조 AI 특화 클라우드도 구축 중이다.

LG유플러스는 파주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코람코자산운용과 함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사업을 확대 중이다. 3분기 AI DC 매출은 평촌2센터 신규 입주와 DBO 진출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1031억 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이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망과 전력망을 갖추고 있어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된 만큼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발전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넘어 ‘월드모델’ 단계로 진입하면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메타 수석AI과학자 얀 르쿤은 “LLM은 5년 내 구식이 되고, 환경을 이해·예측하는 월드모델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월드모델은 막대한 연산량이 요구돼 GPU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국내 통신사들이 기술을 축적하면 향후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 전문 에이전시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