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토착 유산균으로 곰팡이 최대 99.9% 억제
폐기 줄고 맛·향 유지…중소 육가공업체 현장 적용 기대

발효 소시지 표면에서 번지는 곰팡이 때문에 한 차례 생산물 전체를 폐기해야 했던 현장에 ‘유산균’이 위생과 품질을 동시에 잡는 해법으로 떠올랐다. 국산 토착 유산균으로 곰팡이를 최대 99.9% 억제해 폐기는 줄이고 맛과 향은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 육가공업체 현장에 적용 가능성을 키웠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발효육 제품에서 항균·항산화 활성이 뛰어난 유산균 2종을 발굴해 제조 현장에 적용한 결과, 곰팡이 성장을 최대 99.99% 억제했다고 7일 밝혔다.
발효 소시지는 가열 공정을 거치지 않고 건조·숙성 과정으로 생산되는 만큼, 제조 환경과 표면 위생 관리가 품질을 좌우한다. 표면에 곰팡이가 나타나면 즉시 폐기해야 하고, 생산 라인 전체로 번질 경우 영세업체일수록 손실이 더 크다.
연구진은 국내 축산물에서 분리한 토착 유산균 가운데 ‘락티플란타럼(G2)’과 ‘레비브레비스(H8)’ 두 균주를 선발했다. 이들 유산균은 곰팡이와 식중독균을 90% 이상 억제하는 항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5℃에서 30시간 이상 배양할 때 항균물질 생산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 상태에서도 8~10주 동안 항균력이 유지됐다.
실제 실증은 발효소시지 제조 과정에서 유산균 배양액을 두 차례 분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북 남원 제조공장에서는 건조·발효 5주 후 곰팡이 수가 99.99% 감소했고, 전남 해남에서는 숙성 10주 후 99.9% 감소가 확인됐다.
맛과 품질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색·수분·조직감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었고, 지방 산화에 따른 산패도는 최대 75% 감소해 맛과 향 유지 기간도 길어졌다.
이 기술은 현재 특허 출원까지 마친 상태다. 설비를 새로 들이지 않고 분무 공정만 추가하면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적다.
강근호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푸드테크과장은 “발효 육제품은 가열 공정 없이 건조·발효 후 바로 섭취하는 식품”이라며 “제조 과정에서 곰팡이나 식중독균에 대한 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 육가공업체에서 이 기술을 적용하면 폐기 비용을 줄이고,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한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