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긴 추석 연휴로 들썩이던 10월 초, 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 현장 취재를 위해 독일 쾰른에 머무르고 있었다. 국내 라면, 김 등 다양한 K푸드들이 최대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여러 콘텐츠들이 흥행하는 이 시점에 마침 한국이 박람회 주빈국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 본 K푸드의 인기는 기대만큼 뜨거웠다.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를 통해 인지도를 넓힌 ‘김밥’을 먹기 위해 먼저 시식을 요청하는 바이어들의 모습, 인터뷰 중 별 생각 없이 언급한 한글 단어 ‘김밥’에 즉각 반응하는 독일 아누가 임원들도 나를 놀라게 했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도 놀랍기는 매한가지였다. 깜짝 이벤트로 진행된 ‘깐부 회동’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K푸드와 K-문화 광고판이었다. 한국 프라이드치킨을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치켜세우고, 시민들에게 빙그레 바나나우유를 나눠주고, 정관장 홍삼을 선물로 받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그와 치킨집에서 만나 한국 맥주를 마시고 농담을 나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런 광경을 언제 또 볼까.
K푸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판은 이미 깔렸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한다지만 여전히 한국음식을 접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당장 독일 쾰른만 하더라도 한식당이 적은 지역에 속한다. 지역 최대 대형마트 체인에서도 한국 식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려면 일단 식당 등에서 먹고 맛을 봐야 하는데 그 기회 자체가 적은 것부터가 K푸드 해외 진출을 막는 장벽이 되는 셈이다.
국내 식품기업들도 다각도에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현지인들이 한식에 적응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고 푸드테크 등 새로운 시장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중요하다. 낡은 경영구조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상당수 식품사들이 여전히 가족 중심의 영세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가 필수다. 기업이 더 커지면 나중에 바꾼다고? 그때는 이미 늦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