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K기업가정신 국제포럼'은 불과 3년 만에 세계중소기업학회가 소개한 대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글로벌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무엇이 세계가 대한민국 30위권의 조그마한 도시로 향하게 하는가?
전쟁 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 그 나라가 세계 반도체,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고, K-팝과 한류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어떻게 경제기적이 일어나고 혁신이 세계로 확산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원도, 자본도, 기술도 없던 시절, 한국의 유일한 자산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키웠고, 교육시켰다. 그 사람이 기업을 만들었고, 기업은 사람을 키워 경제기적을 만들었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정신은 바로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이었다.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는 자본이 아니라 정신에 의해 성장한다"고 말했듯, 한국의 기적도 정신에서 출발했다. 자본주의를 성장시킨 것은 일을 소명으로 만든 직업소명이었다. 자본주의의 교훈은 자본이 아닌 정신과 목적이었다.
"목적이 있는 팀에게는 한계가 없다."
한국의 기업에는 돈이라는 목표 너머의 목적이 있었다. '사업보국'이었다. 한국에도 일을 희생이 아닌 소명으로 여긴 기업가의 정신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사업보국'의 철학과 정신이었다.
진주에는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을 움직이는 ‘엔진, 연료,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첫째, K기업가정신의 철학적 엔진은남명 조식의 '경의' 사상이었다. 진주에는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철학적 뿌리인 남명 조식과 그 제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의병을 일으키고, 훗날 기업을 일으켰다. 남명은 이황과 달리 지식에 머무르는 성리학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지식’이 아닌 '실천'을 학문의 근본으로 삼았다. 그의 가르침은 분명했다. “백성을 공경하되,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붓을 던지고 칼을 잡아 의를 행하라.”
남명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시기(명종 시대, 1545~1567)는 조선의 최악의 ‘외척정치’ 암흑기였다. 반정으로 왕이 된 중종의 둘째 아들 명종이 12세에 즉위하자, 그의 어머니 문정왕후와 외삼촌 윤원형의 권력 독점과 백성 수탈이 극에 달했을 때, 1555년, 남명은 목숨을 건 상소 「단성소」를 올린다. 그는 임금에게 직언했다. “어머니는 궁궐 안의 과부요, 외삼촌은 나라의 큰 도둑입니다.” 이는 극한 위험에도 의를 실천한 행동이었다.
남명의 철학적 기반은 '군주민수'였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그는 이미 백성이 떠나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람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은 사상은 오늘날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을 움직이는 철학적 엔진이 되었다.
남명의 경의 철학과 실천정신은 죽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실학으로 계승되었다. 남명이 죽고 100년 뒤, 남인의 영수이자 실학 사상을 이은 허목이남명을 기리는 신도비문을 직접 세웠다. 이로써 남명의 실천 학풍은 실학 사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진주에서 발현된 사람중심 실천사상은 시대를 넘어 의병정신이 되었고, 다시 실학사상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원류가 되고 있다.
둘째, K기업가정신을 움직이는 연료는 '의병'에서 진화한 '의장'정신이었다.
진주지역에는 의병정신이 ‘의장’ 정신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이 의장정신은 “재산을 의롭게 사용하여 지역 공동체와 나라를 구하라”는 이타적 기업정신이 되었다.
진주 지역 남명의 ‘경의’ 철학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구국의 의병 정신’이 되었다. 당시 경상우도(진주, 합천, 의령 등)에서 활약한 곽재우, 정인홍, 김면 등 의병장 대부분은 자신의 재산을 털어 의병을 일으킨 남명의 제자들이었다.
이러한 거대한 실천의 흐름 속에 진주 승산마을의 의병장 김해 허씨 가문의 허국주(1548~1608)가 있었다. 그는 관료 사회에 회의를 느껴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있다가, 임진왜란이 터지자 자신의 재물을 사용하여 의병 700명을 모집해 진주성을 지키는 데 헌신하였다. 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운동에 앞장서라”는 김해 허씨 가문의 가풍과 남명의 ‘경의’ 정신이 결합한 상징적인 사례였다.
600여 년 전부터 김해 허씨 집성촌이 형성된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는 바로 이 의병장 허국주의 후손들, 훗날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교과서가 되는 지신정 허준과 효주 허만정이 태어난 곳이다.
이렇게 진주의 의병정신은 경제 문제를 두고 ‘의장’ 정신으로 진화했다. 의장정신의 창안자가 바로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교과서’라 불리는 지신정 허준(1844~1932)이다. 그는 재산을 사적 축적의 수단이 아닌 ‘공익 실천의 도구’로 정의했다. 그는 이 철학을 말로만 남기지 않고, ‘허씨의장비’를 세워 ‘의장’ 정신을 가문의 헌법처럼 명문화했다.
그의 공익 실천은 빈민 구호, 교육 투자뿐 아니라, 백정의 신분 해방을 위한 ‘형평운동’ 후원에까지 이르며 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처럼 남명의 '경의' 사상은 허국주의 '구국 의병' 실천을 거쳐, 허준의 '공익적 의장' 정신이라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윤리적 연료로 진화했다..
셋째, 진주지역에는 의장정신을 '사업보국' 기업으로 만든 한국 최초의 벤처투자자들이 있었다.
진주지역에는 ‘남명의 경의사상이 엔진이 되고, 의장정신이 연료가 되어 사업보국 사람중심 K-기업가가 만들어졌다. ’한국 최초의 벤처투자자는 승산마을 출신의 효주 허만정(1897~1952)이다. 그는 의장정신을 산업 창업과 벤처 투자로 확장했다.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교과서'로 불리는 지신정 허준이 '한국 최초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였다면, 그의 아들 효주 허만정(1897~1952)은 그 철학을 산업 창업과 벤처 투자로 확장한 '한국 1호 벤처 투자자'였다.
지신정 허준은 '허씨의장비'를 통해 이타적 의장정신을 K기업가정신의 교과서가 되었다. 허준은 경제적 부를 사적 축적이 아닌 공익 실천의 수단으로 여겼고, 이 정신은 기업을 자본의 조직이 아니라 인류의 목적을 향하는 '우국애민'과 '사업보국'의 정신이 되었다.
그의 아들 효주 허만정은 "재산은 사회를 위해 잠시 보관하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받아, '의장정신'을 공동체를 위한 투자로 실천했다. 그의 '사업보국'은 두 가지 거대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일제침략기에는 나라를 구하는 구국투자가 일어났다. 허만정은 1914년 안희재 선생과 함께 백산상회를 설립,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자금을 조달하는 데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나라를 일으키는 기업투자로 이어졌다. 허만정의 자금과 철학은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이자 GS그룹의 실질적인 창업주가 되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구인회, 이병철 등과 협력하며 삼성을 포함한 세계적 기업들의 탄생에 재정적·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효주 허만정의 장남 허정구는 삼성물산 초대 사장으로 협력했다.
하이테크 AI시대가 올수록 어마어마한 권력은 역설적으로 '사람'과 '공감'에서 나온다.
지금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K기업가정신은 돈이 아닌 목적, 즉 '사업보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중심 K-기업가 정신은, 남명 조식의 '경의' 사상을 엔진으로 하고, 지신정 허준의 '의장' 정신을 연료로 삼아, '사업보국' 창업으로 구현되어 한국경제의 기적을 만든 힘이 되었다.
이렇게 한국의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은 남명 조식 → 지신정 허준 → 효주 허만정을 통해 우연이 아니라, 400년에 걸친 철학적 토양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세계가 한국의 30위권 소도시인 진주를 바로 이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의 발원지로 보고, 'K기업가정신의 성지'로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렇게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은 AI 시대를 넘어 '다음 인간혁명'의 등대가 되고 있다.
저자 소개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