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며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28차례나 반복해 임기 내 ‘AI 대전환’을 국정의 핵심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설은 약 6200자 분량으로 22분 동안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이날 연설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라는 표현만 12차례 사용됐다. 이 대통령이 향후 한국의 도약을 인공지능 전환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졌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AI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세우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며 AI 인프라 확충 의지를 밝혔다.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2030년까지 한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받는 약속을 끌어내며 ‘AI 인프라 확보’를 구체화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AI 인재 양성과 산업 도입에 총 10조1000억 원을 편성하고, 산업·공공·생활 전반에 AI를 접목할 계획이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산업’ 17회, ‘지원’ 15회, ‘투자’ 12회, ‘성장’ 11회, ‘미래’ 9회, ‘경제’ 6회 등 실용적 성장 키워드가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라며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꼽은 분야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며 방산을 ‘AI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증액된 66조3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또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K 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 원 확대하고 청년 창작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방위산업·방산’은 4회, ‘문화’와 ‘K’는 각각 5회씩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평화’와 ‘APEC’이라는 단어를 각각 4차례 언급하며 최근 APEC 정상회의에서 거둔 외교적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확실히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연설 후반부에서는 국민과 지역을 향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방 우대 재정원칙을 도입하고, 인구감소 지역에는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구상은 이번 연설에서 ‘국민’ 21회, ‘예산’ 16회, ‘정부’ 13회, ‘지역’ 11회 등의 언급에서 드러났다. ‘국민 중심 성장’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