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넥스트레이드 등 대형 컨소시엄 양강 구도

국내 첫 조각투자(STO) 유통플랫폼 인가 과정에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이 만든 시장에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가 하면 스타트업 측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코스콤 연합 △넥스트레이드 연합 △루센트블록 연합 등 총 3개사가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다만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있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거래소·코스콤 등 공적 성격 기관이 컨소시엄 구성의 중심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침해’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컨소시엄이 증권사 참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유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단독 회사보다는 여러 투자사가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인가 심사 시 가점을 주고 신속한 서비스 개시 역량 등의 항목에 가점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참여는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거래소 컨소시엄에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가장 많은 증권사가 참여했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거래소와 코스콤을 중심으로 총 44개사가 참여했으며,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자기자본 상위권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부 증권사가 복수 컨소시엄에 중복으로 참여하는 예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넥스트레이드 중심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신한투자증권은 거래소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다. 간접적으로 한국투자증권 역시 루센트블록 컨소시엄과 거래소 컨소시엄 양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거래소와 증권사 간 기업공개(IPO) 심사 등에서 유리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 측은 복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
공정성 논란도 제기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범계 의원이 넥스트레이드의 부당경쟁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의원은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과 맺은 기밀유지계약(NDA)을 사실상 위반하고, 루센트블록이 제공한 재무상태표·사업계획서·주주명부·기술역량 등 핵심 내부자료를 활용해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넥스트레이드가 인가 신청을 하는 것도 부당한데, 신의칙을 위반하고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상도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넥스트레이드 측은 루센트블록이 제공한 자료에 기밀로 볼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스타트업 측의 반발은 크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4년간 플랫폼을 운영하며 실증 단계에서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러나 제도화 과정에서 공적 기관 중심의 컨소시엄에 밀려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 제도 아래에서 실증을 해 온 회사가 제도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며 “스타트업이 혁신을 주도했는데 주도권이 기관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샌드박스 사업자와 그 컨소시엄에는 인가 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게 되어 있으며,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다른 컨소시엄에 대한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선 생존을 위해선 ‘내가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