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회사 분사 효과 톡톡…역대급 실적에 R&D 역량 강화까지

리스크 분산·빠른 의사결정으로 효율성 높여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전통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법인 설립으로 실적과 연구개발(R&D) 성과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성공 확률이 낮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을 분사 형태의 독립적인 조직을 운영해, 빠른 의사결정과 기술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올해 3분기 매출 192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867%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올해 4월 연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162억 원에서 249억 원으로 상향한 온코닉테라퓨틱스는 3분기 누적 매출 378억 원으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3분기에는 중국 파트너사 리브존으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의 임상 3상 완료 및 품목허가 신청에 따른 기술이전(마일스톤) 수익 69억 원이 반영됐다. 약 6조 원 규모 세계 최대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인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단순 기술수출 중심의 바이오텍과 달리, 자체 신약의 상업화와 해외 기술이전이 병행되는 ‘돈 버는 바이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오늘의 재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의 길리어드가 될 수 있도록 신약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인적분할돼 전문의약품 등의 제조·판매 목적으로 설립된 동아ST도 3분기 매출 1894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연구개발(R&D) 비용의 조기 집행에 따른 기저효과와 R&D 투자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한 198억 원으로 집계됐다.

동아ST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치료제 ‘DA-1241’의 글로벌 임상 2a상을 완료했고, 이달 열리는 미국간학회(AASLD)에서 임상 데이터를 공개한다. 또한 회사는 비만치료제 ‘DA-1726’은 글로벌 임상 1a상 파트2에서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했으며 12월 탑라인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달 3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정’(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신약이다. 동아ST는 2024년 1월 SK바이오팜과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하고, 완제의약품(DP)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 및 해외 30개국의 허가·판매·생산을 담당한다.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는 최근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유럽에 참가해 비만·당뇨를 겨냥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 ‘ID110521156’과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소화성궤양치료제 ‘파도프라잔’ 미팅을 진행했다. ID110521156은 지난달 마무리된 임상 1상에서 4주 동안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으며, 기존 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 간독성 문제 등의 측면에서 중대한 이상 반응 사례 없이 안전성을 보였다.

일동제약의 항암 신약개발 전문 계열사인 아이디언스도 파프(PARP) 저해제 ‘베나다파립’ 등 R&D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베나다파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질환 치료제 지정(ODD)을 받고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위암 대상 병용 요법 임상 2a상 시험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종근당도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아첼라(Accella)’를 출범시키며 신약개발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공식 출범한 아첼라는 후보물질 도입과 임상개발, 기술이전을 전담하며 외부 혁신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적극 확보하는 NRDO(Non-Research Development Only) 모델을 표방한다. 기존 내부 연구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파이프라인 확장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종근당의 신약개발 구조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중심의 안정적 수익 구조와 자회사 중심의 혁신 연구개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제약사들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