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물비용 전년比 132달러↑
연준 "높은 관세가 가격 밀어 올려"
선거 결과 따라 트럼프 레임덕 우려

미국 중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로 '물가 상승'이 꼽혔다. 관세 전쟁에서 시작한 물가 상승이 가시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온라인 대출업체 렌딩트리 분석을 바탕으로 "올 연말 소비자와 소매업체가 부담하는 선물비용이 작년보다 총 406억 달러(약 59조 원)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미국 소비자가 작년과 동일한 선물을 샀다는 가정 아래 도출한 결과다. 무엇보다 전체 증가액의 약 70%는 소비자가 부담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286억 달러(약 41조 원)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 한 사람이 연말 선물 지출에 작년보다 132달러(약 19만 원)를 더 써야 하는 셈이다. 특히 전자제품 구매 때 1인당 평균 186달러(약 27만 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류와 액세서리 비용도 1인당 82달러(약 11만7000원)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렌딩트리는 "대부분 미국인 입장에서 연말 선물 비용으로 132달러를 추가 부담한다는 것은 유의미한 결과"라며 "추가 비용이 가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정도 비용은 많은 가정에 실질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촉발한 생활물가 상승은 가시화됐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최근 분석에서 “현재까지 부과된 관세가 근원 인플레이션을 약 0.75%포인트 끌어올렸다”라고 추정했다. 이를 보도한 로이터통신 역시 “관세 부담이 수입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라며 관세 인상분이 수입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가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전문가 역시 관세가 미국의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29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높아진 관세는 일부 상품 품목의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으며 그 결과 전체 물가지수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체감 물가가 곧바로 정치적 민심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 전쟁이 시작했던 4월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관세 도박이 정치적 리스크를 가져올 것(For Trump, tariff gamble brings political risk)’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꾸준히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로이터는 당시 보도를 통해 “관세가 미국 노동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서민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역풍으로 번지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이후 등장한 실제 여론조사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조사에서는 ‘생활비 관리’에 대한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63%에 달했다. 긍정평가(35%)의 두 배에 가까웠다.
무역정책의 외피를 쓴 ‘생활경제’ 이슈는 선거의 향배를 좌우할 민심의 온도계다. 애플과 월마트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가격 인상 압력을 이유로 공급처 재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소매가격이 오르고, 다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유지 시 2025년 성장률은 0.4%포인트(p) 낮아지고, 물가는 0.6%p 높아질 것”이라며 “체감물가 상승이 고착되면 중산층의 정치적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이미 관세정책이 선거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는 이름 그대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다. 상ㆍ하원 의원은 물론 36개 주지사와 지방정부 인사를 선출한다. 이 중간선거 결과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정책 추진 동력 약화를 겪는다. 빠르게 '레임덕(Lame Duck)'에 빠질 우려도 존재한다.
제프리 프랑크 보스턴대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정치적으로 강한 상징성을 지녔지만, 경제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세금과도 같다”라며 “결국 투표장에서는 지갑이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