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車, '11월 1일 소급 적용' 위해 관세율표·부속서 편제 시급
'마스가' 펀드, 韓기자재 '우선 지원' 연계 조항 명문화해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의 성패는 사실상 '대미 투자 특별법'이라는 후속 입법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법안은 자본 유출에 따른 거시경제 불안정성을 막는 '안전장치'를 법제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실익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일 정부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대미 투자 특별법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으로 '리스크 관리'가 꼽힌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국내 외환시장에 가할 충격을 제어하는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2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가 집행될 경우 환율 급등 등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미 투자에 대해 "국내 재정 및 외환시장 안정을 고려해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집행한다"는 원칙을 법안에 명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급격한 환율 변동, 외화 유동성 경색 등 거시경제의 심각한 불안이 우려될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투자금의 납입 시기, 규모, 방식을 조정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비상시 조정 권한(Waiver) 조항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게 정부측 생각이다. 이 조항들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국 측의 이행 압박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거시경제 안정 조치"라는 공식적인 대응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외환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이번 합의로 얻어낸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산업별 이익을 법안 통과 지연으로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당면한 과제다.
먼저 자동차 산업은 이번 특별법 제정의 가장 즉각적인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특별법에 '상호관세 15% 이행 로드맵'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및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적용 품목, 발효일, 점진적 인하 스케줄을 명시한 '관세율표'와 '부속서'를 법안의 일부로 편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합의 내용의 법적 구속력과 집행력을 확보하는 조치다. 이 관세율표의 '발효일'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11월 중 법안이 신속히 처리돼야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5년 11월 1일 소급 적용'을 이행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입법 지연은 관세 경감 시점의 지연을 의미한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중 하나인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금융 지원은 법안 설계에 따라 '비용'이 될 수도, '투자'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미국 조선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과의 연계를 법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특별법은 금융(대출·보증) 집행 주체(예: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를 지정하고, 그 집행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미국 내 선박 발주 프로젝트가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추진 엔진 등 한국산 핵심 기자재를 채택하거나 한국 기업이 엔지니어링(설계)에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 금융을 '우선 지원' 하도록 하는 연계 조항을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1500억 달러의 금융 지원이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의 수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반도체 분야는 자동차처럼 즉각적인 관세 인하 항목은 아니지만,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전략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관세보다 무서운 미국의 '수출 통제'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를 보장받았다는 의미다. 특별법에서 이를 명문화시키면 미국의 예기치 못한 반도체 고관세 및 비관세 장벽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협상 타결에서 정부가 확보했다고 하는 '상업적 합리성'을 법안의 핵심 조건으로 명확히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연 200억 달러 상한의 투자를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것이 유사시 우리 스스로 투자를 통제할 수 있는 핵심적인 국내법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