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만 9369억 원 순매수…반도체 강세·전통 수출주 장중 급등 후 진정

한ㆍ미 관세협상 타결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되며 코스피가 장 초반 사상 처음으로 41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 중심 랠리가 자동차·조선 등 전통 수출주로 확산되며 지수가 장중 4146선까지 치솟았으나, 미국 측에서 관세 관련 입장 차가 불거지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유입되며 증시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74포인트(pㆍ0.14%) 오른 4086.89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수는 4105.95로 출발해 장중 4146.72까지 오르기도 했다. 장중 등락을 거듭한 뒤 마감 직전 보합 수준까지 하락하며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햇다. 코스닥은 1.19% 내린 890.86으로 이틀 연속 하락했다.
투자심리 변화는 관세 협상과 관련한 미국 측 발언에서 비롯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한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는 대만과 형평성 있는 수준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한 것과 달랐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하기로 했다”고도 밝혀, 농산물 추가 개방을 차단했다고 설명한 한국 정부 발표와 온도차를 보였다. 정상회담 직후 양국 메시지가 엇갈리며 정치 리스크가 부각된 셈이다.
수급에서는 개인만 매수에 나섰다. 개인은 9369억 원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65억 원, 8380억 원 순매도했다. 관세 문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외국인 수급이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주는 호실적으로 급등 랠리를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2조16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고, 시장 전망치(10조4832억 원)를 16.1% 웃돌았다. 매출은 86조617억 원(전년 대비 +8.8%)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12조2257억 원 전년 보다 21% 늘었다.

강한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3.58% 오른 10만41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 수요 기대가 지속되며 1.79% 상승한 56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 시총 비중은 코스피의 약 26%(우선주 포함 약 28%)에 달하며 ‘반도체 중심 장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관세 인하 수혜 기대가 집중된 자동차주는 장 초반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렸으나 장중 변동성 확대에 따라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다. 현대차는 장중 6% 넘게 치솟았지만 종가 기준 2.71% 상승, 기아는 0.35% 상승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 완화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가 15%로 낮아질 경우 현대차의 2026년 비용이 약 7800억 원 감소할 것”이라며 “관세 불확실성 해소로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고 중장기 업황 개선이 유효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해양 협력 기대가 부각되며 한화오션도 6.90% 급등했다.
환율은 관세 합의 기대에 따른 원화 강세 흐름을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2원 내린 1426.5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419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임정은ㆍ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 타결 기대에 장 초반 자동차·조선 업종이 지수를 이끌고, 삼성전자는 HBM3E 공급 소식과 실적 호조로 랠리를 이어갔다”면서 “다만 미국 측에서 ‘반도체 관세 제외’ 메시지가 나오며 주도주 중심 변동성이 확대됐고, 미중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구조의 큰 틀은 유지된 만큼 문안 확정 여부가 외국인 자금 흐름과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