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지속된 3분기엔 하락…호실적 힘입어 ‘밸류업’ 재시동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환율이 하향 한정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3분기 고환율로 CET1이 일시 하락했던 만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5.2원 내린 1426.5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19.1원까지 하락하며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환율은 지난 23일 장중 1440원을 돌파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및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급락세로 전환했다.
협상 결과 한국은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약 28조 원)로 제한하고 상호 관세율은 15%로 유지하기로 했다. 외환·무역 리스크 완화와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겹치면서 원화가 강세로 전환된 셈이다.
환율이 하락은 금융지주들의 자본건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ET1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의 비율로 금융사 자본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상승하면서 RWA가 커지고 이에 따라 CET1 비율은 떨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은 평균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CET1 비율을 13.0~13.5%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목표치를 웃도는 자본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CET1 하락은 밸류업 전략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는 환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7월 초에는 1350원대에서 9월 말 1400원 초반까지 약 3.0% 상승하며 금융지주들의 자본비율에 부담을 줬다. 실제 고환율 영향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소폭 하락했다. 3분기 신한금융의 CET1 비율은 13.56%로 2분기 대비 0.03%포인트(p) 하락했고 하나금융은 13.30%로 0.09%포인트 줄었다. 반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고환율 기조에도 순이익 유입과 보수적인 RWA 관리로 전분기 대비 CET1비율이 각각 0.09%, 0.16%포인트 상승한 13.83%, 12.92%를 기록했다.
금융지주사들은 4분기에도 CET1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주주환원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와 같은 안정적인 CET1 수준과 견조한 재무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계절적 요인으로 분기 손익이 다소 줄더라도 연간 기준 13.1%를 웃도는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 리스크 완화로 금융지주들이 올해 역대급 주주환원율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2025년 주주환원율을 각각 46%, 45.6%로 전년 대비 6.4%포인트(p), 3.6%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 안정이 자본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올해 금융지주들의 최대 실적 달성과 함께 밸류업 실행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