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노출도 높아도 보완도 높으면 일자리 유지 가능"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아…관리·감독 필요"
한은 "정부·기업·청년 모두 역할 고민해야"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청년층 일자리에 뚜렷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I에 많이 노출된 산업에서 청년 고용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 시니어층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이후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총 21만1000개 줄었고, 이 중 20만8000개(98.6%)가 AI 고(高)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었으며, 그 중 14만6000개(69.9%)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보고서는 AI 도입 초기에는 청년 일자리가 줄고 시니어 일자리가 늘어나는 '연공편향 기술변화(seniority-biased change)'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폭은 더 컸다. ChatGPT 출시(2022년 11월)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서비스업 등에서 청년 고용이 11∼24% 줄었다. 반면 같은 업종 내 50대 이상은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
이는 AI 기술이 경력이 짧은 근로자의 정형화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반면, 시니어층의 암묵지와 관리역량은 오히려 보완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노동시장이 새로운 기술에 따라 변화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모습은 안타깝다"며, "50대는 업종 내에서도 관리자나 전문가급이 많아 상대적으로 보완도가 높은 직종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AI 노출도가 높더라도 보완도(Complementarity)가 높은 산업에서는 청년 고용 감소폭이 작았다. 의료, 교육, 항공운송 등은 AI 활용도가 높지만 인간 대체 가능성이 낮아 고용 안정성이 유지됐다.
오 팀장은 "노출도는 기술이 인간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느냐를 뜻하고, 보완도는 사회가 어떤 일을 ‘AI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인간의 저항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노출도가 높더라도 보완도가 높으면 오히려 AI의 도움을 받아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임금보다 고용이 먼저 조정되고 있지만 생산성 향상 효과와 임금 경직성이 맞물려 평균 임금 하락 압력이 상쇄됐다.
오 팀장도 "현재는 여러 경제적 요인이 상쇄돼 임금 격차가 드러나지 않지만, 추세가 이어지면 노동수요 감소로 임금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청년층 고용이 더 빠르게 줄어든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청년층은 정형화된(codified) 지식 업무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5년 이하 근로자의 업무시간 감소율은 4%로, 경력이 늘수록 감소폭이 작아졌다. 학력별로는 석사 7.6%, 대졸 5.0%로 고숙련 청년층일수록 AI 대체 위험이 컸다.
다만 AI 확산으로 인한 청년 고용 위축이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며 기업의 AI 도입은 업종별 특성과 비용 요인에 따라 달라지므로 인과관계는 장기 검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AI 확산이 청년층의 경력 개발 경로, 기업의 인재육성 방식, 소득 불평등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 당국은 청년층이 AI 기술과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정부는 청년층 일자리 매칭 지원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기업도 어떤 청년을 어떻게 채용해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며, "청년들 스스로도 AI와 협업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