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지는 기술이다. 그것들은 일상의 직물 속으로 짜여 들어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어디든 존재한다’는 뜻을 가진 ‘유비쿼터스’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진 마크 와이저가 1991년 남긴 말이다. 진정으로 성공한 기술은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든다는 뜻이다.
누구도 스위치를 켤 때 발전소를 떠올리지 않고 수도꼭지를 틀 때 정수 시스템을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가 꿈꾸는 인공지능(AI)는 와이저의 말과 맞닿아 있다. 시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AI 도시는 역설적이게도 AI가 보이지 않는 도시다.
서울시는 AI를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약자에게 건네는 포용의 손길로 정의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의 전력·통신 데이터를 24시간 감지하는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 온라인 불법 영상물 삭제 신고 시간을 6분으로 단축한 성범죄 탐지 시스템 등은 ‘약자와 동행하는 AI도시’라는 철학이 구체화된 사업이다.
그러나 아직 시가 그리는 AI 도시의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아직 서울형 AI 도시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AI가 행정 전반에 도입되기 시작한 지금 시민이 일상에서 AI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때문이다.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지자체는 본질적으로 중앙 정부와 비교했을 때 법적 권한과 기술 인프라의 제약을 안고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 서울시는 일단 나름의 돌파구를 정하고 속도 보다는 신뢰를 택했다. ‘이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것이다. 예컨대 시가 AI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24억 원)을 AI 방범용 지능형 폐쇄회로(CC)TV에 배정한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강옥현 서울시 디지털국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시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AI 도시는 AI가 보이지 않는 도시“라며 “AI가 시민의 마음을 먼저 읽는 도시를 꿈꾼다”고 말했다.
서울이 정말 그런 도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서울형 AI 도시의 방향성은 공공 AI가 가야 할 진짜 방향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