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3조7000억 원 규모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이 핵심 장비 공급사 변경으로 인해 20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의원(인천 남동을)은 최근 국회에 제출된 항우연 자료를 토대로 "KPS 지연의 배경은 공급사였던 미국 해리스(Harris)가 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이후 항법탑재체 가격을 3배 인상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원래 해리스와 KPS 8호기 전체 계약을 추진됐으나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1호기만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비용 부담에 1호기 구매 계획마저 폐기하고 프랑스 탈레스(Thales)로 공급사를 급히 변경됐다.
이로 인해 KPS 1호기 발사는 당초 2027년 12월에서 2029년 9월로 미뤄졌고, 사업 1단계 기간 역시 기존 2028년 12월에서 2030년 8월까지 연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항법탑재체 설계 난도와 검증 기간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이 의원실은 "핵심 장비 납품업체 변경이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예타에서 항법탑재체 예산은 8기 기준 5000억~8900억 원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실제 1호기 구매에 예상됐던 비용 1100억 원이 예타를 통과하자 해리스는 입장을 바꿨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리스 측은 당초 가격의 3배인 3300억 원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협상이 결렸됐다. 이후 항우연은 프랑스 탈레스를 대체 납품업체로 선정했다.
이 의원은 "애초 1100억 원으로 상정했던 것이 잘못이었는지 해리스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이 부분이 문제의 단초였던 만큼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항법탑재체는 위성이 정확한 위치·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로, 미국·프랑스 등 일부 국가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가 기간사업의 핵심 장비 계약이 미국에서 프랑스로 변경된 것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KPS 사업 신뢰성과 기술 독립성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며 “가격 인상 이유가 미국 측의 일방적 변심인지, 우리 정부의 협상 실패인지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하게 변경된 장비가 과연 당초 목표한 성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추가 비용이나 불투명한 옵션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몇천억 원 단위의 협상 문제를 숨기기 위해 3조7000억 원 규모의 국가사업 전체를 흔드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항법탑재체 변경 과정과 기술 검증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사업 목적이 제대로 구현 가능한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