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기간 단축·탄소 감축까지…지속가능 축산모델로 진화

국산 한우가 30년간의 과학기술 진보를 통해 ‘케이(K)-푸드’의 핵심 브랜드로 도약했다. 1990년대 쇠고기 시장 개방 이후 시작된 품질 중심의 개량과 데이터 기반 연구가 한우의 맛·색·식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농촌진흥청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0년에 걸쳐 이뤄진 한우의 고급화 전략과 지속 가능한 한우 생산기술로 준비하는 미래에 대해 밝혔다.
김진형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은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우의 생체중은 31.4% 증가하고 근내지방도(마블링)는 33%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우가 단순한 ‘고급육’을 넘어, 유전능력 개량과 정밀 사양기술을 통해 완성된 ‘과학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이후 값싼 수입 쇠고기 유입이 늘자 국내 한우 산업은 ‘가격 경쟁’ 대신 ‘품질 경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가 차원의 개량정책과 연구개발이 집중되면서 고급육 중심의 생산·유통 체계가 확립됐다.

축산과학원은 한우 품질 혁신의 3대 축으로 △유전능력 개량 △맞춤형 사양관리 △체계적 품질관리 확립을 제시했다.
1993년 도입된 유전능력 평가체계는 2017년 유전체(게놈) 정보를 활용한 씨수소 선발 기법으로 고도화됐다. 이를 통해 개량 정확도가 5~11%포인트 향상됐으며, 2020년부터는 농가 암소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해 예측 정확도를 40%에서 60%로 끌어올렸다. 이 서비스로 향상된 암소 선발 효율과 수익 증가 효과는 연간 약 1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맞춤형 사양관리 체계도 한우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성장단계별 영양을 세분화해 육성기에는 건초, 비육기에는 볏짚 중심의 급여 방식을 적용하고, 영양소 요구량에 따라 쌀겨·맥주박 등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배합사료(TMR)’ 자가 제조 기술을 보급했다. TMR은 일반 배합사료 대비 사료비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으며, 전국 보급률은 2000년대 초 5% 미만에서 현재 29% 이상으로 늘었다.
한우의 정육률은 36.4%에서 38.8%로 상승했고, 등심의 지방 함량은 100g당 10.7g에서 14.3g으로 33% 이상 증가했다. 육즙 유지력(보수력) 또한 21% 향상돼 촉촉한 식감과 풍부한 풍미를 구현했다.
축산과학원은 한우의 품질 향상과 함께 비육기간을 기존 30개월에서 28개월로 단축하는 연구도 병행했다. 출하 시기를 앞당기면 장내 발효와 분뇨 처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줄어 연간 약 18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eq)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연구 과정에서 수집한 체중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3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던 ‘거세비육우 표준체중’을 새로 조정해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했다. 향후 이 기준은 재해보상 및 살처분 보상금 산정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 부장은 “한우 고급화는 30여 년간 축산 현장에서 축적된 과학기술과 데이터가 실질적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 대표 사례”라며 “앞으로도 축산물 고급화는 물론, 비육 기간 단축, 탄소중립 실현 등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