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 “자산 불평등, 정책 수단 부족”

최근 12년간 한국 사회에서 소득 격차는 완화됐지만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경제적 불평등 수준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불평등이 한국 사회의 계급 이동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상속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차원 불평등 지수는 불평등을 한 가지 요인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소득·자산·교육·건강 등으로 분석해 제시한 것이다. 국회 주도로 다차원 불평등 지수가 연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31에서 2022년 0.29, 2023년 0.30으로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워질수록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이어 교육 지니계수는 2011년 0.15에서 2023년 0.13으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건강 지니계수는 0.13에서 0.12로 떨어졌다.
반면 자산 불평등을 나타내는 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23에서 2023년 0.32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는 2011년 0.176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하며 전반적으로 심화됐다. 특히 2011년에는 소득(38.9%)이 다차원 불평등의 주요 요인이었으나 2023년에는 자산(35.8%)이 꼽혔다. 자산 불평등이 다차원 불평등 지수 값에 미치는 기여도는 12년 사이에 10%포인트(p) 이상 늘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자산 불평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었고 정책 수단도 부족했다”며 “그 결과 소득 불평등 지표는 개선됐는데 전체적인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종성 연세대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은 “2010년 이후 자산 불평등은 심화됐고 다차원 불평등 지수에 대한 기여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중요한 발견”이라며 “또 노인 세대가 소득 불평등과 빈곤뿐만 아니라 다차원 불평등 지수도 매우 높다고 하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를 해야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자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상속 정책을 검토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회적 상속은 개인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국가나 사회 전체에 귀속시켜 다음 세대에 공평하게 분배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인 재산권을 유지하면서도 부의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경제적 기회 균등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다.
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부실장은 “현금 자산의 부여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이 있다면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시범적으로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하고, 사용처를 교육, 직업훈련 등으로 한정하는 등의 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