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리기를 통해 연희는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을 되찾고, 몸과 마음을 함께 환기시킨다.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취업 후에는 바쁜 출근길과 야근에 지쳐 잠시 달리기를 잊지만, 다시 운동화를 신는 순간 삶에 활기가 돌아온다.
회사에서는 예전엔 이해할 수 없던 상사의 고단함을 조금씩 알아가고, 러닝 중 만난 지훈과 함께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세계에도 도전한다. 연희에게 달리기는 더 이상 운동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사람을 이해하며, 세상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요즘은 ‘러닝 붐’이 일며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서 위안을 찾는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무게를 덜고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다. 달리기는 이제,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되었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한국 신발 시장 역시 2023년 기준 9조 원 규모에서 2030년 12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동화와 러닝화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건강과 자기관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달리기는 도시와 지역을 잇는 경제의 순환고리로도 작동한다. 춘천마라톤은 작년 참가 신청이 1시간 만에 마감됐고, 대회 주말 동안 춘천의 숙박업 결제액은 61.8%, 요식업은 25.5% 늘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보스턴마라톤의 경제효과는 약 2억 달러(2700억 원), 런던마라톤의 모금액은 1314억 원에 달한다.
이런 흐름 속에 러닝 전문 여행사도 등장했다. 지난해 설립된 ‘클투’는 해외 마라톤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다. 지금까지 호놀룰루·파리·피렌체·시드니 등 10개의 해외 런투어를 기획했고, 약 400명의 러너가 참가했다. 전문 코치가 동행해 트레이닝과 현지 페이서 역할을 맡으며, 단순 여행을 넘어 러닝 경험 자체를 설계한다.

달리기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꾸준히 이어가야 하고, 체력보다 마음이 먼저 지칠 때가 많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발을 내디딜 때, 조금씩 체력이 붙고 시야가 넓어진다. 연희가 달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듯,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살아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국 '연희동 러너'는 ‘속도보다 방향’을 이야기하며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지금의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방향만 잃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잘 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