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읽다 보니, 경제]

입력 2025-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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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서 여행까지, 달리기는 하나의 경제 생태계가 되었다

(사진제공=교보문고)
(사진제공=교보문고)
도심을 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뛰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일. 임지형 작가의 장편소설 '연희동 러너'는 그런 달리기의 시간을 통해 불안한 청춘을 비춘다. 삶과 일, 마음의 균형을 잃은 세대가 다시 리듬을 되찾는 과정. 그 속에는 러닝이라는 ‘가장 단순한 회복의 경제학’이 있다.

연희동 취준생의 기록

(출처=오픈AI 챗GPT)
(출처=오픈AI 챗GPT)
연희동에 사는 30대 초반 취업준비생 도연희. 길어진 취준 생활 속에서 무기력은 깊어지고, 주변 친구들의 합격 소식에 자존감도 바닥을 친다. 반복되는 불안과 좌절 끝에 모든 걸 놓고 싶던 어느 날, 홍제천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무심코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가 어느새 연희의 루틴이 된다.

달리기를 통해 연희는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을 되찾고, 몸과 마음을 함께 환기시킨다.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긴다. 취업 후에는 바쁜 출근길과 야근에 지쳐 잠시 달리기를 잊지만, 다시 운동화를 신는 순간 삶에 활기가 돌아온다.

회사에서는 예전엔 이해할 수 없던 상사의 고단함을 조금씩 알아가고, 러닝 중 만난 지훈과 함께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세계에도 도전한다. 연희에게 달리기는 더 이상 운동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사람을 이해하며, 세상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요즘은 ‘러닝 붐’이 일며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서 위안을 찾는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무게를 덜고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다. 달리기는 이제,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회복시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되었다.

러닝, 도시의 새로운 리듬

(사진제공=현대카드)
(사진제공=현대카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달리기 참여율은 0.5%에서 6.8%로 늘며 상위 8개 종목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2024년 러닝 관련 소비 증가율이 30대 232%, 40대 225%, 20대 17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대를 막론하고 ‘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한국 신발 시장 역시 2023년 기준 9조 원 규모에서 2030년 12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동화와 러닝화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건강과 자기관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달리기가 만드는 지역의 경제

달리기는 도시와 지역을 잇는 경제의 순환고리로도 작동한다. 춘천마라톤은 작년 참가 신청이 1시간 만에 마감됐고, 대회 주말 동안 춘천의 숙박업 결제액은 61.8%, 요식업은 25.5% 늘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보스턴마라톤의 경제효과는 약 2억 달러(2700억 원), 런던마라톤의 모금액은 1314억 원에 달한다.

이런 흐름 속에 러닝 전문 여행사도 등장했다. 지난해 설립된 ‘클투’는 해외 마라톤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다. 지금까지 호놀룰루·파리·피렌체·시드니 등 10개의 해외 런투어를 기획했고, 약 400명의 러너가 참가했다. 전문 코치가 동행해 트레이닝과 현지 페이서 역할을 맡으며, 단순 여행을 넘어 러닝 경험 자체를 설계한다.

속도보다 방향

(모션엘리먼츠)
(모션엘리먼츠)
'연희동 러너'는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은유로 그린다. “중간에 멈추고 싶을 때도, 다시 한 걸음 내디디면 길은 이어진다.” 연희의 걸음은 지금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왜’ 뛰고 있는지 잊게 되지만, 잠시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방향이 보인다. 작가는 말한다, 인생의 러닝 트랙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느냐다.

달리기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꾸준히 이어가야 하고, 체력보다 마음이 먼저 지칠 때가 많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발을 내디딜 때, 조금씩 체력이 붙고 시야가 넓어진다. 연희가 달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듯,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살아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결국 '연희동 러너'는 ‘속도보다 방향’을 이야기하며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한다. “지금의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방향만 잃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미 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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