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문을 열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직접 기조연설에 나서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17일자로 회장에 취임한 이후 첫 공식 석상이다.
정 회장은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 참석했다. 이날 HD현대가 K조선 대표로 주관한 포럼에는 헌팅턴 잉걸스, 안두릴, 지멘스 등 포럼 연사들도 참여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정 회장은 조선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인공지능(AI)을 첫번째 화두로 꺼냈다. 정 회장은 “AI는 선박의 지속가능성 및 디지털 제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자율운항 기술의 경우 도로 위 자율주행차보다 바다 위 자율운항 선박이 현실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특히 HD현대는 자율운항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아비커스(Avikus)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3년 전 세계 최초로 상용 선박에 자율운항 기술을 적용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액화천연가스(LNG)를 가득 실은 대형선박이 미국 휴스턴에서 출항해 한국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으로 항해한 세계 최초 사례라고도 부연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HD현대는 AI 방산 분야를 주도하는 미국 안두릴과 파트너십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최신 자율운항 기술을 방산 분야로 확장시키며 차세대 무인 함정을 개발 중인데 양사 역량이 결집된 선박 자율운항 기술과 자율임무수행 기술이 융합되면 해군 작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회장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HD현대의 또 다른 혁신 축인 선박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부담금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탄소부담금 도입이 논의되는 중이다. 따라서 친환경 선박 개발 및 도입은 이제 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수준을 넘어, 당장 오늘, 기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선 과제가 됐다는 게 정 회장 설명이다.
HD현대는 AI 기반 운항 최적화, 자율운항, 초고효율 선박 설계와 더불어 전기추진, 연료전지, 저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에너지 혁신 기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박의 운항 효율과 지속가능성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스마트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조선 공정 자체 또한 한층 더 지능화 관련해서 저희 HD현대에서는 특히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고질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면서도 더욱 안전한 자율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와 같은 지능형 조선 체계는 선박 설계 단계부터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의 혁신은 디지털 제조 전 단계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선박 건조의 모든 과정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정밀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HD현대 조선소에서는 이미 초정밀 최첨단 용접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첨단 역량을 기반으로 HD현대는, 미국의 새로운 해양 비전과 정책, 특히 미 해군을 필두로 하는 차세대 함대 건조와 조선소 재건 등, 해양 지배력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면서 “HD현대는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뉴질랜드, 페루 등 세계 각국의 해군에 100척 이상의 수상함과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건조, 인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는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일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건조에 나서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앞서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 입사 16년 만인 17일 회장직에 오르며, 37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