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진입 시점에 ‘하층’ 노동계층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들 절반은 9년이 지나도 제자리에 머물거나 노동시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계층 이동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교육 격차가 노동시장의 고착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본지가 26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 18~26차(2015~2023년) 데이터를 결합해 노동계층을 상중하로 구분한 뒤, 9년간 개인별 노동계층 이동궤적을 분석한 결과, 관찰기간 최초 노동계층이 하층인 경우는 20.0%였다. 중층은 51.6%, 상층은 23.0%였다. 5.4%는 관찰기간 내내 미취업으로 노동계층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분석에서는 일차로 18차 조사 참여자 중 26차 조사에서도 패널이 유지된 표본을 추리고, 이차로 18차 조사 기준 최종학교 미졸업자, 혼인 경험자, 만 40세 이상자, 패널 장기 이탈자를 삭제했다. 또한, 양육·돌봄 사유의 경력단절 등 혼인 발생이 노동계층 발생·소멸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고자 관찰기간 혼인이 발생한 표본은 혼인이 발생하기 직전 연도까지만 노동계층을 관찰했다.
노동계층은 종사상지위, 종업원 수, 직업별 위상, 실질소득 증가율 등 4개 지표를 조합해 판단했다. 각 지표에 1~3점을 부여한 뒤 총점이 10점 이상이면 상층, 7~9점이면 중층, 6점 이하면 하층으로 봤다. 객관성을 높이고자 논문 등에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했다. 개념이 모호한 직업별 위상은 직업을 상위 비육체노동과 하위 비육체노동, 육체노동으로 나눈 삼분법을 활용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른 소비자물가지수,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른 연평균 실질임금 증가율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눴다.
계층이동 궤적을 보면, 최초 노동계층이 하층인 취업자의 38.8%는 마지막 관찰시점에서도 하층에 머물렀다. 13.1%는 최종 관찰시점 전 노동시장에서 중도 이탈했다. 그나마 40.6%는 관찰기간 중 중층으로 상향 이동했다. 상층에 진입한 비율은 7.5%에 머물렀다. 최초 노동계층이 중층·상층인 취업자는 ‘계층 잔류’ 경향이 뚜렷했다. 60.4%가 최종 관찰시점에서도 중층이었다. 상층 진입률은 22.1%로 하층 출발의 3배에 육박했다. 단, 9.7%는 중층에서 하층으로 하락했으며, 7.9%는 관찰기간 노동시장에서 중도 이탈했다. 최초 노동계층이 상층인 취업자도 56.5%가 최종 관찰시점까지 상층을 유지했다. 31.0%는 중층으로, 3.8%는 하층으로 하향 이동했다. 8.7%는 노동시장에서 중도 이탈했다.
전체 표본의 노동계층 이동궤적을 유형화했을 때 상층 유지형은 10.6%, 중층 유지형은 26.4%, 하층 유지형은 6.5%였다. 노동계층이 상승한 상향 이동형은 20.9%, 하락한 하향 이동형은 18.1%였다. 미취업자를 포함한 불안정 노동형은 16.5%를 차지했다.
한편, 본 분석대상에는 연도별 소득 변동성이 크고 사업체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가 포함돼 일부 표본의 노동계층이 과대·과소 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표본오차를 고려해 소득수준이 아닌 실질소득 증가율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