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 시기ㆍ품목은 언급 안 해
“아세안서 카니 만날 계획 없다
美대법원 재판에 악영향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광고 하나에 발끈해 무역협정을 중단하는 데 이어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는 등 잇따라 강수를 뒀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방영한 ‘반(反)관세’ TV 광고에 대한 보복으로 캐나다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들(캐나다)의 광고는 즉시 중단되어야 했지만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중계 중에도 방영됐다. 완전한 사기”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적대적인 행동을 한 만큼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추가 관세를 어떤 법적 근거로 부과할지는 불분명하다. 백악관은 언제 발효될지,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적용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중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7년 4월 일본 반도체업계를 상대로 ‘100% 관세’를 부과한 뒤 그 배경을 설명하는 연설을 활용해 60초짜리 광고를 만들어 방영했다. 레이건이 일본의 반덤핑 협의 위반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도 “결국 미국인들에게 끔찍한 피해를 줄 것”, “미국 제품을 보호함으로써 애국심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시장은 위축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23일 “캐나다의 악의적인 행위에 근거해 이제부터 캐나다와의 모든 협상을 즉각적으로 중단한다”고 경고했다. 또 음성과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레이건재단의 사전 허가를 구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최근까지도 무역 협상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두 나라의 관계가 다시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캐나다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캐나다 수출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며 매일 약 27억 달러(약 3조9000억 원) 상당의 상품과 서비스가 양국 국경을 오간다. 3월 취임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와 협의를 이어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미국은 현재 무관세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해당되는 품목과 에너지(10%), 철강·알루미늄(50%)을 제외한 캐나다산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미국 수출은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수입도 2022년 이후 가장 적다.
아울러 트럼프와 카니는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26~28일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니 총리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이번 온타리오주 광고는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권한 심리에 악영향을 주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1월 취임 이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의 정당성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내달부터 심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하급심에서는 트럼프의 IEEPA 발동은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