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하나, 실적 부진에 변화 가능성도
내부통제·지배구조 리스크 새 변수로 부상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4000선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가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대체로 업황 호조와 실적 개선세가 맞물리면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일부 증권사는 실적 부진과 내부통제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 중 7곳의 대표이사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3월 사이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올해 12월에는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다. 내년 3월에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부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의 임기가 끝난다.
증시 호황으로 대다수 증권사의 실적이 개선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연임 기류가 우세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의 모든 대형사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라며 “각 사 대표들이 안정적으로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인사 시즌 포문을 연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4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의 연임 윤곽이 그려진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664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 이상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8466억 원을 기록해 반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해외주식 잔고도 50조 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역시 연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순이익도 1조252억 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12월 둘째 주 예정된 인사에서 김 대표의 연임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8년 취임 이후 세 차례 연임하며 대신증권을 이끌고 있는 오익근 대표도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등 굵직한 성과를 인정받아 재신임 가능성이 크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2% 늘며 실적 개선세를 보여 연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첫 임기를 마치지만, 상반기 순이익이 20% 증가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둬 연임 전망이 밝다. 반면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실적 부진으로 분위기가 엇갈린다.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10% 줄어든 3430억 원, 하나증권은 18% 감소한 1070억 원을 기록했다.
이르면 내달 발표될 ‘통합자산관리계좌(IMA) 사업자’와 ‘발행어음 인가’ 지정 결과도 연말 CEO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IMA 사업자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 신청했다. 발행어음 사업자 역시 삼성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이 도전 중으로, 결과에 따라 각사 수장의 연임 명분이나 향후 조직개편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 전반의 실적이 양호해 대부분 CEO가 연임할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한 만큼 단순한 실적 외에 신사업 인가 여부, 리스크 관리 능력도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