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면 2025년은 에이전틱 AI의 원년이 될 것이며 2026년에는 의료와 과학, 2027년에는 로보틱스 분야로 AI의 물리적 확장이 이뤄질 것이다.”
크리스 리헤인 오픈AI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가 열린 미디어라운드테이블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이번 발언은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기술 진화를 넘어, 산업과 물리적 영역 전반으로 확장되는 변곡점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이 반도체와 디지털 인프라, 인재, 정부 지원 등 핵심 역량을 갖춘 만큼 차세대 AI 생태계의 중심 무대로 부상할 가능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글로벌 산업계는 이미 ‘행동하는 AI’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람의 지시 없이 능동적으로 계획·실행·조정하는 자율형 시스템이다. 생성형 AI가 지적 생산성을 보조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수행의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반복 업무 자동화와 업무 설계 효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가속화가 기업들이 이 기술에 집중하는 주된 이유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에이전틱 시스템’ 구현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15년간 유지해온 ‘메신저 플랫폼’의 틀을 깨고, 카카오톡을 에이전틱 AI 생태계의 중심 허브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의 목표는 사용자가 묻기 전에 답하고, 필요를 예측해 먼저 행동하는 ‘에이전틱 AI’를 카카오톡 안에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용된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사용자의 대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일정, 예약, 쇼핑, 검색 등 다양한 행동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실행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통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그룹 내외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손쉽게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에이전틱 AI를 조직 내부 혁신의 엔진으로 삼고 있다. ‘AI 퍼스트’ 기업으로 전환을 내세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에이전틱 AI를 중심으로 업무를 자동화하고 구성원은 창의적 활동과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AI 중심 경영 체계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AI를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하고 조직의 도전 영역을 넓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인프라를 구축하며 사내 AI 워크플로 자동화와 인게임 AI 서비스를 병행 고도화 중이다.
카카오가 ‘AI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 혁신’을 실험한다면, 크래프톤은 ‘AI가 기업 내부를 운영하는 구조 혁신’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결국 두 기업의 노선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AI가 도구를 넘어 ‘일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흐름은 국내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에이전틱 AI가 산업 전략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 콘스탄틴 부어와의 대담에서 기업 리더들에게 에이전틱 AI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준비를 주문했다. 그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가능한 한 빨리 자체 에이전틱 AI를 실험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IT 부서는 앞으로 AI 인력을 관리·운영하는 역할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은 에이전틱 AI와 로보틱스가 향후 AI 경제의 두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업계에서는 그의 메시지를 ‘AI가 일하는 주체가 되는 시대’의 서막으로 본다. AI 중심의 생산성 혁신과 조직 구조 재편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